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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중앙선데이 2014.02.23 02:24 363호 27면 지면보기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지붕마다 엄청난 눈을 덮어쓰고 있는 영동 지역의 모습을 TV를 통해 보자니 이 겨울이 언제 끝나려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론 하루가 다르게 해가 길어지는 모양새가 봄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케 한다.

‘춘재지두이십분(春在枝頭已十分)’이란 말이 있다. 이는 사람들이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봄은 이미 나뭇가지 끝에 걸려 있다는 뜻이다.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우리 곁으로 찾아온 봄을 말한다. 송(宋)나라 때 사람인 대익(戴益)이 지은 ‘탐춘시(探春詩)’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글귀다. 이 말은 ‘사람이 찾는 건 대개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자기 주변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 자주 쓰인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온종일 봄을 찾아다녔지만 봄을 보지 못하고(盡日尋春不見春) 아득한 좁은 길로 언덕 위 구름 있는 곳까지 두루 헤맨 끝에(芒蹊踏遍隴頭雲) 돌아와 마침 매화나무 밑을 지나노라니(歸來適過梅花下) 봄은 가지 머리에 벌써 와 있은 지 오래였구나(春在枝頭已十分)’

울타리 안의 매화 가지엔 벌써 꽃망울이 져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것도 모르고 봄을 찾아 하루 종일 들과 산으로 쏘다닌다. 그러다 지쳐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와 보니 바로 집 안의 매화 가지에 봄을 알리는 꽃망울이 달려 있다. 소리 없이 가까이 와 있는 봄의 모습이 무릎을 치게 할 정도로 잘 그려져 있다. 이 구절은 또 진리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운 데 있음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사람은 대개 가까이에서보다는 먼 데서 진리를 추구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곤 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그 의미를 조금 더 확장하자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란 뜻도 될 것 같다. 행복은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즉 마음속의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분수를 지키고 족함을 아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태도를 견지하며 집착과 욕심에서 벗어나면 그게 바로 행복일 듯싶다. 때로는 세상 풍조에 좌우되지 않고 나만의 주관과 주장대로 밀고 나가는 ‘특립이독행(特立而獨行)’의 태도를 견지하며 한세상 살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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