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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지역 만들면 기업 투자도 몰린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4.02.23 02:49
‘일자리 만들기’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 있어서도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 현안이다. 일자리를 새로 늘리고 거기서 파생된 경제적 부가 지역민에게 골고루 나누어지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파산한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학습효과도 강력한 동기가 됐다. 기업과 산업의 몰락이 지방정부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됐다. 때문에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각종 세제 감면과 규제 완화 같은 친(親)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해외 지자체서 배우는 일자리 창출 비결

 지자체 간 경쟁이 활성화된 미국에선 이런 경쟁이 더 뜨겁다. 기업 하기 좋은 곳으로 이름난 지역일수록 나름의 비결이 있다. 지난해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기업 하기 좋은 지역 1위에 꼽힌 아이오와주 디모인시가 대표적이다. 디모인은 아이오와주의 주도(州都)다. 사실 아이오와주를 기업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아이오와주는 미국 농업의 중심으로 영화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디모인은 일찍부터 기업 유치에 힘썼다. 덕분에 현재는 금융의 중심지로 통한다. 인구 59만 명인 이곳에 미국의 대형 은행인 웰스파고는 지난 10년 동안 4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디모인에서 고용한 전체 인원만 1만3000명에 달한다.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같은 첨단 IT기업도 이곳에 진출해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4월 “3억 달러(약 3215억원)를 추가로 투자해 디모인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MS는 그 두 배가 넘는 6억7800만 달러(약 7265억원)를 들여 2009년에 완공한 데이터센터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이 이어지면서 디모인의 지역 내 총생산(Gross Metro Product) 성장률은 연 3.7%에 달한다. 비결은 상대적으로 싼 인건비와 우수한 노동력이다. 전체 노동자 중 고등학교 졸업자가 92%에 달한다. 학사 학위를 가진 노동자는 전체의 36%다.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공조 덕에 ‘기업 관련 비용(business costs)’은 미국 전국 평균보다 17% 낮다.



 저렴한 에너지 비용도 무기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에 따르면 아이오와주의 에너지 비용(energy costs)은 전국 평균보다 22% 더 싸다. 대규모 전력이 드는 데이터센터 유치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주(州) 단위로 볼 땐 미국 텍사스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텍사스주는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37%의 새 일자리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제조업 전반이 침체 일로였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전망도 밝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내 상위 200대 도시(인구 기준) 중 일자리 성장이 기대되는 상위 10개 지역에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을 비롯해 주 내 7개 도시가 선정됐다. 오스틴은 2015년까지 매년 4%의 일자리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텍사스의 성공과 관련해 포브스는 “주(州) 소득세율이 0%인 데다 느슨한 정부 규제, 친기업적 정부와 재판부가 릭 페리 주지사가 주장해 온 ‘텍사스의 기적(Texas Miracle)’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스웨덴 창업 경제의 상징으로도 통하는 스톡홀름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는 지방정부 주도로 계획돼 성공을 이뤘다. 강점은 우수한 인력의 원활한 공급. 이를 위해 스웨덴왕립공과대학과 스톡홀름대학이 연합해 대학을 세우고, 입주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했다.



 물론 이런 성공 사례들을 무작정 받아들이기보다 각각의 친기업 정책이 실제 기업 설립 및 유치에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정책을 통해 얼마만큼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는지, 일자리가 실제로 해당 지역 주민 고용에까지 이어졌는지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단 얘기다.



 기업 유치가 이뤄졌더라도 업종에 따라 일자리 창출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경우도 있고, 필요 인력의 기술 수준이 높아 해당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인력이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엔데버인사이트(endeavor insight)지에 실린 연구 결과는 음미해 볼 만하다. 미국에서 기업인 15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결과, 실제 기업인들은 입지 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살기 좋은 지역인지 ▶재능 있는 근로자를 찾기 쉬운 지역인지 ▶소비자와 공급자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지역인지 등을 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지금까지 다수의 지방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온 기존의 기업 유치 및 창업지원 전략에 수정이 필요함을 말해 주고 있다. 연구 결과대로라면 기업에 금전적인 유인을 주는 것보다 기업가와 근로자가 살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우선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 유치를 통한 경제 성장이 해당 지역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도 있지만, 거꾸로 해당 지역의 높은 삶의 질이 기업 유치를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인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자리는 단순히 소득을 늘리는 방편이 아니다. 근로자는 일터 주변에서 거주하고 생활한다. 어떤 기업이든지 거주·의료·레저·치안·교육처럼 기본적인 삶의 질을 구성하는 환경에 대한 관심은 다르지 않다. 기업 설립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일구는 토양 역시 기업이 추구하는 지향점임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금현섭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hyuns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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