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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hi] 조작 전력 심판 포함 … "피겨 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

중앙일보 2014.02.22 01:03 종합 3면 지면보기
‘대인배’ 김연아도 시상식에선 마음이 편치 못했다. 21일 열린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김연아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를 뒤로하고 시상대를 내려오고있다. [소치=뉴시스·NBC 화면 캡처]


21일 오후 9시. 세계적 인권 회복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를 통해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 재심을 요청하는 네티즌의 서명이 150만 건을 돌파했다. 이날 오전부터 100만 건을 목표로 진행된 서명은 채 하루도 안 돼 그 기준을 넘어섰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는 ‘김연아 서명운동’ ‘ISU(국제빙상연맹)’가 올랐다.

국내외서 편파 의혹 제기 잇따라
러시아 피겨협회장 부인도 심판
쇼트 참여 한국 심판 프리서 빠져
"수치 올림픽" "푸틴 동네 운동회"



 분노와 허탈함. 21일 여자 피겨 싱글 경기가 끝난 직후 대한민국의 반응은 두 단어로 요약된다.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에서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는데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소설가 이외수(68)씨는 경기 직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 소치 올림픽으로 기억하지 않고, 수치 러시아 올림픽으로 기억할게요”란 글을 남겼다. 배성재(36) SBS 아나운서도 "푸틴, 동네 운동회 할 거면 우릴 왜 초대한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내 네티즌들은 "러시아를 거꾸로 읽으면, ‘아시러(싫어)’다”라고 러시아에 대한 반감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연아가 무대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장면. [소치=뉴시스·NBC 화면 캡처]
 외신 중에도 수긍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시카고 트리뷴은 “피겨스케이팅 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이라고 평했다. AFP는 ‘소트니코바가 김연아를 상대로 논란이 많은 금메달을 차지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소트니코바는 더블 루프 점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김연아와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동메달)는 실수가 없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설적인 피겨 스타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독일 국영 ARD 방송 해설을 맡은 카타리나 비트(49·독일)는 “현장에 있었던 것이 아니지만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가에 낙담했고, 솔직히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미셸 콴(34·미국)은 자신의 SNS에 ‘(김)연아, 믿을 수 없다(Yunaaaa -- Unbelievable)’라는 글을 남겼다.



 프랑스 스포츠지 레퀴프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스캔들’이란 표현을 써가며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안기기 위해 채점이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USA투데이도 “쇼트 프로그램 때 심판을 봤던 한국과 미국 심판이 프리에선 제외됐고, 그 자리에 러시아 피겨협회장의 부인과 과거 판정 조작으로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우크라이나 심판이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크라이나의 유리 발코프와 러시아피겨협회 회장의 부인인 알라 세코프세바가 심판에 포함됐다.



심판들이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이다. [소치=뉴시스·NBC 화면 캡처]


 러시아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서 피겨 스케이팅 페어 부문에서 판정 논란에 휩싸인 전례가 있다. 당시 프랑스 심판이 자국의 빙상연맹으로부터 “러시아를 밀어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해 은메달을 수상했던 제이미 살레-데이비드 펠티 조가 러시아의 엘레나 레레즈나야-안톤 시카룰리제 조와 공동 금메달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판정 담합 스캔들 이후 심판이 자국 협회의 압력을 받지 않도록 익명 채점을 보장받았지만 이 때문에 담합과 자국 편향 여부를 가려내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회에서 7위를 기록한 미국의 애슐리 와그너(23)도 “심사위원 익명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경기 후 논란의 중심에 선 소트니코바는 “심판 판정은 심판의 몫”이라며 “내가 심판들에게 강요한 것은 없다. 판정과 관련한 질문은 그만 받고 싶다. 내가 더 어려운 수준의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인하대 김병준(스포츠심리학) 교수는 “관중이 선수에게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개최국이 유리하다”며 “선수들은 호의적인 관중 등 익숙한 환경에서 평소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IOC에 항의서한”=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21일 “김연아와 관련한 편파판정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담은 서한을 IOC에 보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배중현·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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