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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hi] "오늘은 연아 독립기념일 … 17년간 못한 일 맘껏 해라"

중앙일보 2014.02.22 00:53 종합 5면 지면보기
김현석씨
“결과가 공정하지는 못했지만 만족합니다. 연아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김연아 아버지 김현석씨
키 크고 팔다리 긴 건 나 닮아
이젠 피겨 '피' 자도 싫지 않을까

 김연아의 아버지 김현석(57)씨도 딸의 마음과 같았다. 해외 언론도, 피겨 전설들도, 국민들도 김연아의 은메달에 분노했지만 그는 결과에 승복했다. 김연아는 21일 “편파 판정 논란 때마다 나보다 주변에서 열을 많이 받더라”며 “난 아무 미련이 없다. 끝났다는 것에 만족하고, 스스로 잘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위로 받을 사람이 위로를 하고 떠났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아버지를 향한 헌정곡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연기를 펼친 김연아의 숨은 조력자 김현석씨도 딸처럼 ‘힐링’을 이야기했다.



 김현석씨는 코치이자 매니저 역할을 하는 어머니 박미희(55)씨와 달리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혹여 딸에게 부담이 될까 봐 딸의 마지막 경기도 국내에서 TV로 지켜봤다. 김씨는 “솔직히 속상했어요. 금메달을 못 따서가 아니라 연아가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 결코 공정하지 못했습니다”면서도 “그렇지만 만족합니다. 연아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김씨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연아야 고마워’고, 국제빙상연맹(ISU) 재심사 청원 서명이 100만 명이 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울컥했다. 김씨는 “국민들이 그만큼 연아를 사랑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국민들도 안타깝고 속상하겠죠”라고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을 추스른 김씨는 “저도, 연아도 언제나 결과를 탓하지 않아요. 판정 번복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라며 “경기 후 ‘연아야 네가 챔피언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소치에 가기 전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 없이 하고 오라는 약속을 지켜줘 너무 고마워요. 울지 않아 또 한번 감사했습니다. 우리는 올림픽 금메달을 한번 따봤잖아요. 보이는 결과는 은메달이지만, 우리 마음 속에서는 연아가 금메달이에요”라고 담대한 딸을 자랑스러워했다. 해외 언론이 김연아의 강점으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긴 팔다리를 꼽은 것에 대해 김씨는 “연아에게 ‘키가 1m81cm인 내 몸을 다 닮았지’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집중력과 승부욕은 엄마를 닮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도전 등 향후 계획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씨는 “연아에게 ‘오늘이 인디펜던스 데이(독립기념일)다. 17년간 억제했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라’라고 이야기해 줬어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김씨는 “사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마치고 은퇴한 뒤 공부를 더 하고, 피겨에서 후배를 양성할 계획이었어요. 2018년 평창올림픽 개최를 도우며 미셸 콴(34·미국)이 홍보대사를 하는 걸 보고 많은 걸 느낀 것 같아요”라며 “연아는 국가에 많은 것을 받았으니 이제 토해야죠(웃음). 평소 ‘수단처럼 빈국에 가서 봉사하고 싶다’고 말해 온 연아는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원해요. 만약 IOC 위원이 된다면 8년간 스포츠 외교를 위해 봉사할 수 있겠죠”라고 힌트를 줬다.



 김연아가 아이스쇼를 통해 국내 팬들과 작별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씨는 “아이스쇼를 위해서는 1주일에 3~4번 훈련을 해야 해요. 지금은 ‘피겨’의 ‘피’자만 들어도 싫지 않을까요(웃음). 연아가 직접 결정하고 이야기할 문제예요”라고 말을 아꼈다. “연아에게 길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2줄짜리 짧은 답장이 와요. ‘아빠 고마워요~’란 식으로 오는데 진심이 느껴져요”라고 말한 김씨는 딸의 결혼에 대해서는 “결정은 하늘이 하는 거예요. 우리는 하늘이 써 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멋진 액터(배우)잖아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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