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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성건성 안전점검 … 하루 만에 478곳 "이상무"

중앙일보 2014.02.22 00:35 종합 10면 지면보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숨진 부산외대 학생 6명의 합동 영결식이 21일 열렸다. 이미 장례를 치른 고 강혜승·김정훈씨도 영정사진과 위패를 모셨다. 학교는 숨진 학생 9명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고 윤체리(20·여·베트남어과)양의 아버지 윤철옹씨가 헌화 후 오열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번엔 ‘건성건성’ 안전점검이 도마에 올랐다.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 직후 시·군·구가 실시한 붕괴 위험 시설 안전점검에 대해서다. 정부는 시·군·구에 “하루 만에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시·군·구는 전문가 없이 공무원이 그냥 눈으로만 살핀 뒤 ‘이상 없다’는 보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리조트 사고 나자 긴급지시
"다음날 결과 보고" 무리한 주문
시·군·구, 눈으로 대충 훑어보고 끝
경찰, 리조트·시공사 압수수색



 앞뒤는 이렇다. 17일 참사가 일어나자 안전행정부는 지난 18일 오전 9시50분 전국 광역 시·도에 공문을 보냈다. ‘(긴급) 붕괴 우려 체육관 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정비 특별지시’라는 제목이었다.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 그 결과를 18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경남도 한 곳만 해도 2124개 시설을 점검해야 하는데, 이를 하루 만에 마치라고 한 것이다. 무리한 점검 지시는 ‘대충대충’ 조사로 이어졌다. 경남 창원시는 전문가 없이 5개 구청 및 시설관리공단 담당자와 함께 공문을 받은 직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129곳을 점검해 ‘이상 없다’고 경남도에 보고했다. 시간당 17곳을 조사한 셈이다. 익명을 원한 담당 공무원은 “급하게 하느라 전문가를 구하지 못했다”며 “점검은 기둥과 철골 구조물 등을 눈으로 훑어보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다른 시·군·구도 비슷한 식으로 점검했다. 경남도는 시·군·구의 보고를 모아 19일 오전 11시 안행부에 ‘478곳이 이상 없다’고 통보했다.



 경북대 홍원화(건축학) 교수는 “안전진단을 서두르는 것은 이해하지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한 결과를 국민이 신뢰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창원대 윤태호(건축학) 교수는 “수많은 시설을 하루 만에 보고하라는 것 자체가 점검을 부실하게 하라고 지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리조트 등 압수수색=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21일 마우나오션리조트와 체육관 설계·시공사,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한 이벤트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특히 체육관이 허약하다는 것을 리조트 측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해 보강공사 계획을 세웠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리조트로부터 관련 컴퓨터 파일을 확보했다. 만일 리조트 측이 위험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면 중대 과실이 된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리조트 측으로부터 체육관 보강공사를 의뢰받았다는 건설업자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업자가 이달 11일 (무너진) 체육관에 들어가 봤다”면서도 “천장 보강공사를 의뢰받았는지는 진술이 명확하지 않아 추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업자는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나 “마우나오션리조트에는 간 사실이 없다”며 “리조트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희생자 합동 영결식=21일 오전 부산외국어대 남산동 캠퍼스 체육관에서는 고(故) 김진솔(20·여·태국어과)씨 등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열렸다. 김씨의 아버지 김판수(53)씨는 유족을 대표한 추도사에서 “우리가 지켜주니 못해, 막아주지 못해, 대신 아파해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이제 우리들도 모든 원망과 슬픔을 내려놓을 테니 너희들도 모든 사람을 용서해 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부산외대는 신입생 사망에 따라 입학자 결원이 생겼으나 이를 채우지 않기로 했다.



글=홍권삼·김윤호·차상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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