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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에펠탑은 잊어라 … 도시 '높이경쟁'은 끝났다

중앙일보 2014.02.22 00:24 종합 24면 지면보기
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

송하엽 지음

효형출판, 336쪽, 2만원




인터넷 뉴스 검색창에 ‘랜드마크’라고 쳐보면 국내 각 도시의 전망대, 다리, 공원, 리조트 단지 개발 소개 기사가 줄줄이 뜬다. 이들 프로젝트의 공통된 꿈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열망만으로 과연 랜드마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는 근대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전세계에서 이른바 ‘랜드마크’라 불리는 것들이 어떤 배경에서 성장했으며, 도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핀 책이다. 자유의 여신상,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과 런던 아이, 워싱턴 기념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이 랜드마크로 진화해간 얘기를 담았다.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인 저자는 랜드마크를 “한 시대의 열망을 보여주는 엑스레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사회가 진화하듯 ‘엑스레이’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20세기에는 개발 의지를 표현한 ‘높이’(수직) 랜드마크가 시대를 대변했다면, 21세기형 랜드마크는 ‘공감’(수평) 랜드마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에펠탑이 지어질 당시 301m(1000피트) 높이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당시 이 높이의 철탑은 기술적으로 상당한 도전이었고, 프랑스는 첨단 과학과 기술을 통해 국가의 힘을 전세계에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저자는 21세기형의 전형으로 테이트 모던 미술관(런던)이나 녹슨 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바꾼 하이라인(뉴욕)을 꼽는다. 높이를 뽐내지 않고 위압적인 형태로 시선을 사로잡지 않고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동선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다. 공간의 모습도, 이것이 만들어진 과정도 모두 수평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또 랜드마크의 성공 여부는 건물 완공 직후에는 알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와 에펠탑처럼 처음엔 가혹한 비판에 시달리다가 인정받고 사랑받게 된 랜드마크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미움을 받더라도 어떤 측면에서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으로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장소가 되는 것, 그게 랜드마크의 진정한 조건이라는 얘기다.



 3월 개관을 앞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꿈도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다. DDP를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청계천에 대해 들려주는 얘기도 귀기울일 만 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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