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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역시 스티븐 킹! 한여름 '유령의 집' 살인사건

중앙일보 2014.02.22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조이랜드

스티븐 킹 지음

나동하 옮김, 황금가지

424쪽, 1만3000원




놀이공원은 삶의 진통제와 같다. 즐거움을 파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잠시 고단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슬프고 암담한 현실과 불행을 잊는다. 어린아이들에게 놀이공원은 꿈이 현실이 되고 상상이 나래를 펴는, 책의 제목처럼 ‘기쁨의 땅’이다.



 ‘공포소설의 제왕’이자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67)이 신작 소설의 무대로 놀이공원을 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소설의 배경은 1973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에 자리 잡은 놀이공원 ‘조이랜드(Joyland)’. 디즈니랜드를 비롯한 거대 자본의 공세에 밀려 쇠락해가고 있지만 여름 한철 반짝 특수를 누리는 이곳에는 4년 전 살인 사건이 벌어진 ‘공포의 집’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시시때때로 귀신이 출몰한다.



 놀이공원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질 수 없는 것이 귀신과 유령이지만, 조이랜드 ‘공포의 집’에 출몰하는 귀신은 살인 사건의 희생자 린다 그레이로 여겨진다. 목격자들이 묘사하는 귀신의 차림새가 남자 친구와 ‘공포의 집’에 들어갔다가 목이 잘린 채 발견된 린다의 모습과 비슷해서다.



 이야기꾼으로서 킹의 감각이 돋보이는 지점은 여기다. 놀이공원 유령의 집과 살인사건을 엮은 건 그렇다 치더라도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의 공간처럼 존재하는 놀이공원이, 그곳에서 웃고 즐기던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놀이공원이 범죄를 은폐하기에는 안성맞춤이 되는 역설적 상황을 놓치지 않은 그의 포석은 대가의 면모를 드러내기에 부족하지 않다.



 킹 특유의 기발한 미스터리와 구성을 기대한 독자에게 이번 작품은 소품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결말까지 섣부른 속단을 허락하지 않는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 재미는 충분하다. 게다가 미제로 남겨졌던 살인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는 주인공 데빈 존스의 성장기는 지긋한 나이로 젊음을 반추하는 킹의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학비를 벌기 위해 조이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21살의 대학생 데빈은 실연의 상처에 휘청대지만, 삼복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조이랜드의 마스코트인 ‘해피 하운드 하위’ 인형 털옷을 입고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인물이다. 조이랜드의 수많은 일을 척척 해내는 데빈은 핫도그가 목구멍에 걸려 죽을 뻔한 소녀와 심장마비가 온 동료를 살려내며 놀이공원의 영웅이 된다. 그런 데빈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 마이크를 만나고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나누면서 살인 사건의 범인까지 밝혀낸다.



 노년의 데빈이 젊은 날을 뒤돌아보며 풀어나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즐거움과 오싹함 등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무언가 고이듯, 이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삶은 지루하고 느슨하며 단조롭지만 빛나는 몇몇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어떤 날들은 아주 소중하다는 것이다. 많지는 않지만 거의 모든 인생에는 그런 날들이 며칠은 된다. 그날은 내 인생에서 아주 소중한 날들 가운데 하나였다.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 같고 모든 일이 하찮게 여겨질 때, 또 마음이 울적할 때 나는 그날로 돌아가서 인생이 항상 추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때때로 그 보상들은 실재한다. 때때로 그것들은 귀중하다.’



하현옥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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