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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셰익스피어만 중요한가, 뉴스 읽는 법도 배워야

중앙일보 2014.02.22 00:22 종합 22면 지면보기
The News: A User’s Manual

Alain de Botton

[인터뷰]『뉴스』낸 철학자 알랭 드 보통

Hamish Hamilton

267쪽, 18.99 파운드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인 알랭 드 보통. 그를 따르는 팬덤은 국내에도 막강하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1993)부터 『영혼의 미술관』(2013)까지 그가 쓴 책 16권이 우리 독서시장에 번역돼 나와 있다. 알랭 드 보통은 고품격 자기계발서 작가이기도 하고 ‘생활 철학자’이기도 하다.



 건축·사랑·섹스·신앙·여행·예술·일···. 다루지 않는 영역이 없다. 이번에는 뉴스다. 최근 영문판 『뉴스:사용설명서(The News:A User’s Manual)』이 나왔다. 한글판은 10월에 ‘문학동네’에서 나온다. 새 책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현대인은 종교적 신심 못지 않은 열정으로 뉴스를 읽는다. 그럼에도 항상 뭔가 허기져 있다. 왜일까. 뉴스의 생산과 소비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뉴스읽기를 둘러싼 역설과 개선책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이 시대 뉴스의 가치를 짚어본 알랭 드 보통. 『뉴스:사용설명서』의 한글판에 한국 관련 대목이 추가 된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관심 폭이 넓다. 왜 지금 뉴스인가.



 “현대 사회에서 뉴스만큼 중요한 것은 없지만, 학교는 뉴스 읽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의 줄거리를 파악하는 게 뉴욕포스트의 1면을 해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식이다. 정규 교육을 마치면 뉴스가 우리의 스승이다. 정치적·사회적 현실을 창출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뉴스다. 그 사실을 혁명가들은 너무나 잘 안다. 나라의 정신을 바꾸려면 탱크를 몰고 미술관이 아니라 정체(政體)의 신경중추인 뉴스의 본부로 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을 쓴 이유는 오늘 세계의 가장 강력한 원천인 뉴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책 제목이 ‘신문’이 아니라 ‘뉴스’다. 어떤 특별한 뜻이 있나.



 “그렇다. 오늘날 뉴스는 단일한 범주를 구성하고 있다. 신문·방송뿐만 아니라 트위터·페이스북·웹사이트 등 모든 게 뉴스의 원천이다.”



 -지식 산업의 미래는 밝지만 그 핵심인 뉴스의 미래는 어두운 게 아닐까.



 “엄청난 미래가 뉴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 독자는 역사상 최대다. 방문자가 4000만인 뉴스 사이트들도 있다.”



 -세계의 신문들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누군가 신뢰할 만한 소액결제 시스템을 발명하면 해결될 문제다. 예컨대 기사 한 건 읽는데 1센트면 아무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현재 문제는 뉴스가 공짜이거나 1년치 정기구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의 구조는 터무니없다. 인간은 똑똑한 동물이다. 누군가 곧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뉴스 생산의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우선 중대한 뉴스로 대중의 눈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진지한 기자들은 ‘진리’를 발견하기만 하면 사회가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수많은 진리가 세상에 알려졌지만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기사가 따분하고 우리 자신의 이익과 관련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재미도 있고 밀도도 있는 기사가 이미 문제의식을 갖춘 극소수 독자들에게만 도달한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그저 그런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넋을 빼놓는다. 그래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예컨대 지구온난화보다 미녀 가수의 다리가 더 매혹적인 주제로 전달된다.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치명적인 현실이다. 대중이 관심이 없으면 정치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기자는 더 많은 독자들에게 중요한 것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분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뉴스도 책임이 있나.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져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없다. 정보가 통제받거나 반대로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게 되면,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상실하고 체념하게 된다.”



 -정치 분야 뉴스의 문제점은.



 “나쁜 놈들(crooks)을 찾아내는 워터게이트 스타일의 저널리즘에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잘못된 점은 많은 부분, 나쁜 놈들 때문이 아니다. 사회 문제는 오히려 잘못된 생각, 상상력의 결여, 진부함 때문에 발생한다. 사회의 문제는 스캔들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라, 미묘한, 만연해 있는, 보이지 않는 형태로 존재한다.”



 -독자들은 ‘중요하지만 재미 없는’ 기사를 접하면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기도 한다.



 “정책결정자들에게나 필요한 정보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재미 있지만 우리와는 상관없는 뉴스를 공급받는다. 그런 경우 우리는 따분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잘못이 아니다.”



 -뉴스 없이는 왠지 불안한 게 현대인의 습성이다.



 “뉴스는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한 것이지만 가끔은 뉴스를 전혀 읽지 말아야 한다. 뉴스는 하던 일을 멈추고 머리를 시키게 해주는 최고의 오락 발명품이다. 게다가 뉴스는 너무나 진지하고 또 중요하게 보인다. 뉴스는 질투심도 강하다. 뉴스가 바라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내면과 다시 만나는 것을 영원히 막는 것이다. 헛된 공상에도 빠져보고 우리의 깊은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을 영원히 빼앗으려고 한다. 우리는 ‘뉴스 안식일’이 필요하다. 아무런 읽을거리도 지니지 않고 떠나는 긴 기차여행이 필요하다. 바퀴가 철로와 부딪히는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기차 여행, 창 밖의 구름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비행기 여행 말이다. 번창하는 삶이 요구하는 것은 뉴스에 독창적이나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때를 알아보게 하는 능력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는, 우리가 성취해야 할 우리만의 목표, 뉴스와는 상관없는 목표가 있다.”



 - 한국에도 애독자가 많다. 비결은.



 “사명감이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과 독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인생을 어렵고, 황당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게 내 사명이다.”



김환영 기자



알랭 드 보통

스위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는 철학자·소설가· 수필가다. 부계는 세파르디, 모계는 아슈케나지 유대인이다. 8세 때 영국으로 이주해 해로(Harrow) 스쿨을 거쳐 1988~91년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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