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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hi] 이상화 결혼설, 1000m 경기에 영향 … 기자회견도 취소할 뻔

중앙일보 2014.02.22 00:11 종합 16면 지면보기
[소치=뉴시스, 뉴스1, AP]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이 끝나갑니다. 올림픽 파크의 성화는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폐막을 이틀 앞둔 탓에 열기는 처음 같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에겐 21일(한국시간) 끝난 ‘피겨 여왕’ 김연아(24) 선수 은퇴경기의 개운치 않은 뒷맛 때문일 겁니다. 실력에서 이긴 그가 점수에서 졌습니다. 정작 김연아는 괜찮다고 하는데 우리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막 내리는 소치 올림픽 현장 기자 방담



 소치 올림픽은 우리를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 이상화(25) 선수의 올림픽 2연패는 우리들 심장을 뜨겁게 했고, 여섯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은퇴를 선언한 이규혁(36)은 마음을 애잔하게 적셨습니다. 쇼트트랙 여자 계주 심석희(17) 선수가 만든 대역전극도 빼놓을 수 없죠.



 그뿐 아니라 소치 올림픽은 대회 전부터 경기 외적인 요소로 많은 이슈를 만들었습니다. 체첸 반군 테러 위협이 있었고, 엉망인 숙박시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여름올림픽인지 헷갈릴 만큼 따뜻한 날씨도 화제였고요. 김식·전수진·김지한 중앙일보 기자와 온누리 JTBC 기자가 만나 지면에 싣지 못했던 소치 올림픽 뒷얘기를 나눴습니다.



  김식(이하 김) : 김연아 선수 경기가 끝났습니다. 맥이 쭉 빠지네요.



 온누리(이하 온) : 맞아요. 속상해요. 어제 프리 스케이팅 끝나고 기자회견장에 가는데 외국 피겨 대회에서 자주 봤던 독일 기자가 절 보고 그러더군요. "스캔들 어게인”이라고요. ‘2002 솔트레이크 스캔들’을 말하는 건데요. 그때 캐나다 페어팀이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실수를 연발한 러시아팀에 져서 은메달을 받았거든요. 판정 논란이 커지자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채점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꾼 게 지금 시스템이거든요. 그 기자가 볼 때는 김연아 선수의 판정도 그 정도의 스캔들로 생각됐나 봅니다.



 김지한(이하 한) : 기자회견장에 가니 외국 기자들이 절 보고 "기분 괜찮으냐” "김연아에 대한 채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계속 묻더라고요. "한국 사람들은 이번 판정을 납득하기 어려워 한다”고 말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절 위로하는 외신 기자도 있었습니다.



 전수진(이하 전) : 전 일본 교도통신 히로키 쇼다 기자와 내기를 했거든요.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제가 돈을 받고, 아사다 마오가 우승하면 주는 거였죠. 히로키는 ‘최근 마오의 점프 실력도 완벽에 가깝다’며 자신 있어 했는데요. 두 선수 다 금메달을 따지 못해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히로키 기자는 ‘진정한 금메달은 연아’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 : 누가 봐도 판정 논란은 이대로 끝낼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후속 취재를 계속 해야겠어요. 화제를 좀 돌려보죠. 지난 18일 소치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곳인데 꽤 많은 비가 왔죠. 눈이 와야 정상 아닌가요?



 한 : 아닙니다. 흑해 인근의 소치에선 겨울에도 눈 구경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네요. 개막식 전에도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하고요. 이번엔 거의 소나기 수준이던데…. 놀라운 건 비가 내리자 올림픽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이 아주 좋아했다는 겁니다. ‘이제 더위 좀 식힐 수 있겠다’면서요. 그만큼 소치 올림픽은 더운 올림픽입니다.



 김 : 지난주엔 이곳 낮 최고기온이 섭씨 17도까지 올라갔습니다. 겨울올림픽이면 관람객들과 취재진들이 목도리 두르고 장갑을 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것만 보면 여름올림픽 같죠. 스키·썰매 종목이 열리는 산악 클러스터에 가면 제법 춥지 않나요?



 한 : 제가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을 취재하러 가봤는데요. 거기도 여간해선 낮에 1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더군요. 경기장 아래로 눈이 녹아 물이 철철 흘러넘치는 것도 봤고요. 이런 날씨에 어떻게 캅카스 산맥에 만년설이 쌓였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온 : 저는 1월 말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전지훈련을 취재했거든요. 그때는 너무 추워서 얇은 옷들을 소포로 집에 보내놨는데 소치에 오니 거의 여름이네요.



 김 : 아하, 그래서 온 기자가 좋아하는 쇼핑 좀 했겠네요.



 온: 시도는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러시아 물가가 예상보다 훨씬 비싸더라고요. 소치가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면서 물가를 많이 올렸습니다. 체감 물가는 거의 뉴욕 수준이에요. 여기 온 한국인들을 위해 모스크바 등 러시아 타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임시 한식당을 열었는데요. 김치찌개 한 그릇에 2만원 돈이었습니다. 특히 숙박시설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가격을 받더군요. "원래 1박에 얼마인데, 올림픽 기간엔 얼마다”라며 대놓고 얘기하더라고요.



 김 : 그런데 대회 초반엔 미국이나 유럽 기자들이 소치 숙박시설에 대해 꽤 많이 비아냥댔죠.



 한 : 그럴 만도 했습니다. 온수만 나오는 방이 있고, 또 냉수만 나오는 방이 있고. 이틀에 한 번씩만 청소해 주는 호텔도 있고요. 숙박시설엔 문제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인프라가 그리 나쁘진 않다고 봤습니다.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에 7년 만에 많은 시설이 한꺼번에 들어오니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김 : 대회 초반엔 올림픽 파크 유기견이 많이 떠도는 게 문제가 됐죠. 김지한 기자도 개에게 쫓겨서 50m 전력질주해 도망가는 걸 제가 봤습니다. 자, 다시 우리 선수들 얘기 좀 해보죠.



 한 : 지금 생각해도 이상화 선수의 500m 질주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상화 선수는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금메달을 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모순인 듯한 이 말은 경쟁 선수가 아닌 올림픽이 주는 심적 부담감이 컸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김 : 그런데 이상화 선수가 1000m 경기를 앞둔 날 ‘5월 결혼설’이 터졌습니다. 남자친구가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5월 결혼은 절대 아니라더군요. 이상화 선수가 "올림픽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했는데, 올림픽 준비와 결혼 준비를 동시에 할 수는 없겠죠. 마음이 상한 이상화 선수는 1000m 경기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마터면 다음 날 기자회견도 취소할 뻔했어요.



 한 : 메달리스트는 아니지만 여섯 번째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이규혁 선수도 메달 이상의 감동을 줬습니다.



 온 : 이규혁 선수한테 왜 그리 어두운 선글라스를 쓰는지 물었어요. "오만상 찌푸리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라더군요. 온몸을 쥐어짜는 주법 때문에 인상을 쓰는데 그걸 보여주긴 싫은 거죠. 또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500m는 1·2차 레이스를 타야 하는데 한 번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어도 이젠 두 번 모두 잘 타기는 어렵다”고요. 만 36세 나이가 될 때까지 그는 자신의 모든 걸 차가운 빙판 위에서 뜨겁게 태웠습니다.



 김 : 인터뷰가 진지해지면 이규혁 선수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한 : 맞습니다. 감동 코드로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절친한 가수 싸이 얘기로 이어졌어요. 그야말로 폭소가 빵빵 터졌습니다. "싸이 형은 강북 살면서 왜 강남 스타일을 부르느냐” "월드스타가 되더니 요새 연락이 뜸하다”라며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김 : 안현수, 혹은 빅토르 안 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국내 팬들이 한국 쇼트트랙 대표들보다 빅토르 안을 더 응원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빅토르 안이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당했던 불이익이 계속 폭로됐고, 팬들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수가 러시아 귀화를 선택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죠.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한 : 처음 여론은 빙상연맹을 비난하고 빅토르 안을 응원하는 쪽이었습니다. 그러나 ‘귀화 과정을 보면 빅토르 안이 억울한 게 맞지만 더 과거에는 한국에서 특별대우를 받았다’ ‘귀화는 개인의 선택이었고 가서 잘됐으니 된 거다’라는 의견도 힘을 얻었죠.



 김 : 어쩌면 이렇게까지 커질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실력이 모자라 자국 대표팀에서 탈락한 선수가 다른 나라로 귀화해 올림픽에 출전하곤 하는데요. 빅토르 안은 무릎 부상에서 회복해 우리 선수들보다 뛰어난 기량으로 금메달을 땄습니다. 팬들은 이 스토리에 열광했고 대리만족했죠.



 전 : 빅토르 안이 1000m 금메달을 땄을 때 전 경기장 밖에서 러시아 팬들과 함께 있었는데요. 옆에 있던 러시아인이 "코리안?”이라고 묻기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다짜고짜 "생큐”라며 절 포옹했습니다. "빅토르 안 베스트”라면서요. 소치 올림픽 조직위원회 알렉산드라 코스테리나 대변인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할 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는 정말 러시아의 영웅”이라고 하더군요.



정리=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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