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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hi] 컬링 인기로 웃음보 터진 김재원 … 게이머들 환호받는 '갓병헌'

중앙일보 2014.02.22 00:09 종합 17면 지면보기
컬링 시범을 보이고 있는 김 회장.


소치 겨울올림픽 기간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웃은 정치인 중 한 명이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었을 것이다.

스포츠와 정치인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지금 컬링 대표팀 응원을 위해 러시아 소치로 가고 있습니다. 장하고 어여쁜 컬링 선수들 응원해 주세요.”



 김 의원이 러시아로 떠난 날, 컬링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은 일본에 이어 올림픽 개최국 러시아까지 꺾었다. 영화로까지 제작됐던 스키점프와 여자 핸드볼에 쏟아졌던 관심이 재연되는 분위기였다.



 결국 3승6패로 대회를 마쳤지만 불모지에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이룬 쾌거였다. 빙판을 문지르는 브러시를 들고 다녀 “유리창 청소하느냐” “바닥 닦느냐”는 조롱까지 듣던 컬링이었다. 제대로 된 연습장이 없어 다른 선수들이 없는 새벽에 손전등만 켜놓고 소리를 죽여가며 도둑연습을 하던 종목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컬링 경기장에서 50m도 안 떨어진 아파트에 산다. 그의 지역구(군위-의성-청송)인 경북 의성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국제경기용 컬링장이다. 태릉선수촌에도 연습시설이 있지만 경기용은 아니다. 이 때문에 2010년 국제경기도 의성에서 열렸다.



주요 스포츠 협회의 회장 중엔 정치인이 많다. 위쪽부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박지성 선수, 시구를 하는 이병석 대한야구협회 회장, 전병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
 컬링과 아무 관계 없을 것 같은 경상도 농촌에 경기장이 세워진 데는 까닭이 있다. 초창기 컬링을 안착시킨 사람들 중엔 경북 출신이 많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해설을 맡은 김민정 해설위원도 경북체육회 코치다. 이들이 의성에서 컬링의 저변을 확대시키면서 이곳에 경기장이 들어섰다. 이때부터 의성은 한국 컬링의 메카가 됐다. 당시가 2006년으로 김 의원이 17대 국회(2004~2008년)에 초선으로 당선됐을 때다. 김 의원은 경기장 건립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는 데 일조했다.



 김 의원은 컬링과 관련한 인터뷰를 사양했다. “선수와 감독이 부각돼야지 협회장이 노출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회장직을 맡은 이유에 대해선 “연맹의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고 선수들이 대부분 고향 후배들이라 뒷바라지하려고 수락했다”고만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도 “이번에 유명해진 이슬비 선수는 군위군의 과수원집 딸이며 의성여고 출신”이라고 적었다.



 컬링 선수단의 선전으로 연맹 사무실에는 컬링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아졌다. 일본전 승리 직후엔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일반인들이 한 팀(4명)으로 2시간 게임을 하려면 20만원이 든다. 냉방 시설 등을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지원이 이뤄질 경우 대중화 가능성도 크다. 김 의원은 지금도 컬링스톤을 던져 45m 앞에 있는 원 안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다. 선수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기도 한다. 올여름엔 컬링 지도자·심판 자격증을 딸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연예인 야구단 소속 염용석(SBS 아나운서)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의 허벅지를 강타했다. 공을 맞은 선수는 1번 타자로 출전한 새누리당 소속 이병석 국회 부의장이었다. 이 부의장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1루로 걸어나가지 않았다. 그는 재차 타자석에 들어서 3루 땅볼로 아웃을 당했다.



 이 부의장은 대한야구협회장이다. 자신의 지역구인 포항에 야구장을 건립한 것을 계기로 지난해 협회장 경선에 나서 당선됐다.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를 담당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달리 대한야구협회는 아마 야구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고교야구는 프로야구가 없던 시절 최고 인기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흥행 저조 등의 이유로 대회가 하나 둘 사라지면서 유망주들이 뛸 기회마저 줄어들고 있다.



 이 부의장은 취임과 함께 그동안 중단됐던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부활시키고 대한야구협회장기 대회를 신설했다. 1회 대회에서 우승한 덕수고등학교 선수들은 이 부의장을 헹가래치며 대회의 부활에 감사했다.



 그러나 지난달엔 회장 본인 명의의 대국민 사과 성명서를 내야 했다. 전임 집행부 시절인 2012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보조금에 대한 감사에서 수억원이 중복 정산되고 일부 직원의 횡령 의혹까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부의장은 성명서에서 “이전 집행부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대한야구협회 집행부 모두가 책임을 통감한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당시 집행부를 이끌었던 회장 역시 정치인(강승규 전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김재원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이 소치에서 컬링 선수들을 만났다. 그는 국내 유일의 컬링경기장이 있는 의성의 재선의원이다.


 스포츠와 정치는 연결고리가 많다. 특히 정치의 꽃인 선거가 스포츠와 많이 닮았다. 승패가 결정되는 경쟁 구도, 규칙과 룰에 따른 싸움, 관중과 유권자를 통한 흥행,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적 요소…. 때론 극적인 승부나 감동적 성공 스토리, 운동경기에서 얻은 이미지가 정치인에게 전염되기도 한다. 2002년 한국 축구 대표팀이 최초로 월드컵 16강에 올라 세계 최강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연파하면서 4강에 진입하자 전국은 붉은 물결로 넘쳤고,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인기도 큰 폭으로 올랐다.



 스포츠와 정치의 유사성을 반영하듯 현재 대한체육회 가맹 체육단체 56곳 중 8개 단체장이 현역 국회의원이다. 전직 의원도 2명 있다.



한선교 프로농구연맹 총재(사진 왼쪽).
 인기 종목은 주로 여당 실세나 중진이 맡는 경우가 많다. 한국여자농구연맹(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대한태권도협회(김태환·3선 의원), 대한야구협회(이병석·국회부의장), 프로농구연맹(한선교·3선) 등이 대표적이다. 비인기 종목 혹은 이색 종목은 여당 초·재선이나 비주류 중진이 주로 맡는다. 대한컬링경기연맹(김재원·재선), 대한카누연맹(이학재·재선), 대한바이애슬론연맹(염동열·초선), 대한하키연맹(홍문표·재선),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장윤석·3선, 친이계) 등이 대표적이다.



 협회장에 출마했다 뜻을 이루지 못한 여당 의원도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나갔으나 실패했다. 같은 당 이에리사 의원은 여성 최초의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했다 3표 차이로 졌다.



 야당 의원은 대개 중진 의원이 여당보단 작은 규모의 단체를 맡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신계륜·4선), 전국유·청소년축구연맹(최재성·3선) 등이 예다.



 국민생활체육회(서상기·3선)와 국기원(홍문종·3선), 대한치어리딩협회(이이재·초선)같이 체육협회 비가맹 단체 중 상당수도 현직 의원을 수장으로 두고 있다.



 대한체육회 가맹을 노리는 e스포츠 단체까지 정치인이 맡고 있다.



 ‘갓병헌’ ‘루통령’. 포털사이트에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를 검색했을 때 맨 위에 뜨는 연관검색어다.



 ‘갓병헌’, 무슨 뜻일까. 전 원내대표는 한국e스포츠협회장이다. ‘갓병헌’은 그가 “한국팀이 리그오브레전드(LOL·League of legend) 게임리그에서 우승하면 코스프레를 하겠다”는 공약을 지키면서 생긴 별명이다. ‘갓’은 ‘God’을 뜻한다. 전 의원이 LOL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인 ‘그라가스’ 복장의 코스프레 사진을 공개하자 네티즌들은 그를 ‘갓병헌’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정치인으론 드물게 극존칭을 받게 됐다. 갓병헌은 한때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루통령’이란 별명은 그가 게임 커뮤니티 ‘루니웹’에 직접 올린 글 때문에 얻었다. 수만 명이 운집한 게임대회장에 그가 나타나면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환호가 나온다.



 전 의원은 2013년 협회장에 취임했다. 8년간 기업인이 돌아가며 맡던 자리에 처음으로 온 정치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현 미방위) 소속 의원으로 게임과 관련된 법안을 다수 발의한 게 인연이 됐다. 특히 게임을 규제하는 법안에 반대하면서 게이머들의 지지를 얻었다.



 전 의원은 e스포츠협회를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 만들고, 대중 스포츠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e스포츠의 인기는 대단하다. 인기 게임은 전 경기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되고, 생방송 접속자만 15만 명에 달한다. 해외 시청자가 더 많아 영어로 동시 중계될 정도다. 우리나라는 종주국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전 의원은 올해 예산안에 영어 중계를 위한 예산도 편성했다. 메이저리그 야구(MLB)나 프로농구(NBA), 유럽축구처럼 한국의 e스포츠 리그를 세계 대표 리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각종 협회는 보통 수천에서 수백만 명에 달하는 동호인과 관계자들로 구성돼 정치인에겐 광범위한 의미의 지지조직이 될 수 있지만 e스포츠는 조금 다르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게임층은 미성년자가 많은 반면 게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부모, 종교단체 등 세력화된 유권자”라며 “게임이 콘텐트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미래산업이긴 하지만 정치적 측면을 무시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국민생활체육회장 자격으로 국감장에 출석해 ‘셀프국감’(감사위원이 피감기관장으로 출석)이란 비난이 나왔을 때 새누리당에선 이런 말이 나왔다.



 “만약 셀프국감이 문제가 된다면 서 의원이 의원직을 버리고라도 협회장을 유지하는 게 더 낫다.”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음 대선 전까지 회원이 1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임을 염두에 둔 얘기였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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