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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인순이 가수

중앙일보 2014.02.22 00:01 종합 29면 지면보기
가수 인순이는 남다른 인생 역경을 바람을 거스르지 않는 순리의 힘으로 이겨냈다. [최효정 기자]
나이 든 나무는



바람에 너무 많이 흔들려보아서



덜 흔들린다



- 장태평(1949~) ‘나이 든 나무’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께서 쓰신 시입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 분의 시집 『강물은 바람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를 얻게 되었습니다. 잠언 같은 짧고 쉽고 간결한 시어가 좋았습니다.



 죽 읽어가다 보니까 이 시가 콕 제 맘에 와서 닿았습니다. 글쎄요, 너무 많이 흔들려서, 지금은 그 어떤 바람에도 조금은 덜 흔들린다는 얘기겠지요.



 사는 건 마치 바람을 맞는 것과 같아요. 바람은 늘 나를 향해 불지만 곧 내 뒤로 사라지거든요. 사연도, 세월도, 아픔도 다 그렇게 사라져요. 새로운 바람을 맞아야 하는데 지나간 바람을 붙잡을 시간이 어디 있나요.



 남들과 다르게 태어나 남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웠던 소녀는 노래를 하며 그 아픔을 잊을 수 있었어요. 가수가 돼 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우뚝 설 수 있었죠. 거기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린 시절부터 엄청나게 불어온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보내버린 덕이죠. 이제는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전처럼 그렇게 죽을 만큼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여러분이 사랑해 주시는 ‘거위의 꿈’ 가사처럼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가슴 깊이 보물처럼 간직한 꿈이 있기 때문이죠.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서도 당당히 마주칠 수 있었던 나만의 꿈. 저 하늘 높이 날아오를 꿈 하나를 위해 바람에 덜 흔들리는 꿋꿋한 나무처럼 오늘도 노래하렵니다.



인순이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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