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AIST 첫 '게임 박사' 따고 NASA 가다

중앙일보 2014.02.21 00:26 종합 26면 지면보기
게임을 처음 시작한 건 일곱 살 때였다.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 우주선을 쏘아 떨어뜨리는 재미(‘갤러그’)에 푹 빠졌다. 청소년 때는 학교(서울 광성중·고) 앞 오락실에서 댄싱게임(‘DDR’)을 마스터했고,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1인칭 슈팅게임(‘서든어택’)과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삼국지’)에 열중했다. 게임 제작 동우회를 이끌며 직접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이어진 게임과의 인연이 KAIST 최초의 ‘게임 박사’로 이끌었다.


게임광 전산학과 박태우씨
"유비쿼터스 분야 연구할 것"

 21일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전산학과 박태우(32·사진)씨 얘기다. 박씨는 ‘퍼베이시브(pervasive·생활 속에 스며드는) 소셜 운동게임과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의 디자인 및 구현’이란 논문을 써 학위를 받았다. 헬스장 러닝머신 같은 운동기구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여럿이 함께 운동을 하며 ‘건강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논문이다.



 ‘게임광’이었던 박씨 자신의 경험이 논문의 바탕이 됐다. 그는 대학 진학 때 재수를 했다. 학부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원 진학 때도 애를 먹었다. 남들은 보통 2년에 끝내는 석사과정도 2년 반 만에 마쳤다. 박씨는 “게임은 공부와 달리 결과가 빨리 나와 쉽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며 “게임이 학업에 지장을 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그래서 거꾸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게임 개발에 몰두했다. 석사 논문 주제도 사용자가 쉽게 만들어 쓸 수 있는 게임(UCG·User Created Game)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박사 논문까지 게임을 주제로 쓰겠다고 하자 주위 사람들 모두가 말렸다. “기초연구를 주로 하는 KAIST 학풍상 게임 관련 논문을 써서는 절대 박사 학위를 따기 힘들 것”이란 이유였다. 하지만 논문 지도를 맡은 송준화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정말 필요한 게임을 만들면 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박씨를 격려했다.



 실제로 박씨가 만든 게임과 그 개발 과정을 이론화한 논문은 학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수 논문상·시연상을 여럿 받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박씨의 연구에 주목했다. 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선발돼 6월부터 일하게 됐다. 지능형 로봇을 개발하는 팀에서 1년간 사람과 컴퓨터간 상호작용(Human Computer Interaction·HCI)을 연구할 예정이다.



박씨는 “게임이야말로 HCI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분야”라며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비쿼터스 분야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