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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사라질까 … 공공기관 임원 자격기준 도입

중앙일보 2014.02.21 00:21 종합 10면 지면보기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관련 업무경력이 없으면 공공기관 기관장·감사에 임명되지 못한다. 정치권 연줄을 통해 이뤄지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공공기관 임원 선임 단계에서부터 자격기준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또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운영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한다. 이 같은 방향으로 자격 심사가 강화되면 올 하반기부터 새로 임명되는 공공기관 임원들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공공기관 임원 자격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304개 기관 임원 2000자리
관련업무 무경력자 못 맡게

 기획재정부는 20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14년도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날 공개된 낙하산 인사 방지책은 업무보고 내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임원자격기준소위’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일정 기간 관련 업무경력이 없으면 아예 공공기관 임원 자리에 출사표도 내지 못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사장·이사장 같은 기관장과 감사는 물론이고 일반 임원도 적용 대상이다. 공기업 30곳과 준정부기관 87곳을 포함해 모두 304곳에 이르는 공공기관 전체에 걸쳐 주요 임원 자리는 2000여 개에 달한다.



 기재부는 기관장부터 일반 임원까지 권한과 역할에 맞춰 세부 자격요건을 올 상반기 중 마련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계량화된 임원 자격 기준을 갖추면 낙하산 인사 시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대 정부에서도 온갖 낙하산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기재부는 임원 자격기준이 만들어져도 정치인이나 군인·경찰 고위직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찰이나 정치인이라도 과거에 관련 업무경력이 있을 수 있고, 관련 분야에서 조직 경영 능력이 검증됐다면 공공기관 임원으로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재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의 핵심 내용으로 공공기관 임원 자격기준을 제시한 것은 낙하산 인사 시비를 해소하지 않으면 공공기관 정상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상빈(경영학) 한양대 교수는 “공공기관이 제대로 정상화되려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임원에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방지책이 마련됨에 따라 공공기관 정상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공사채 발행 총량관리제’를 도입해 공사채 발행 물량을 40조원에서 관리하고, 자산 매각도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활용해 부채감축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갑’의 입장에서 중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불공정 관행도 개선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공기관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퇴직 임원이 재직하는 기업을 챙겨주는 등의 불공정 관행을 상반기 중 조사해 현장조사를 하기로 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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