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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오 그대 있었기에 연아도 있었다오

중앙일보 2014.02.21 00:21



10년 라이벌 아사다 마오의 눈물

피겨 주니어 시절엔 독보적 존재

김연아 "왜 동시대에…" 한때 열등감

둘 다 90년생, 서로에게 자극제 돼

소치선 심리적 압박에 잇단 실수

20일 소치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가장 마지막 순서인 30번째로 나선 아사다 마오(24·일본)는 쇼팽의 '녹턴 E 플랫 장조'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일본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안은 아사다는 첫 점프에서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점프)을 시도했지만 엉덩방아를 찧었다. 트리플 플립에서도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고, 가장 큰 배점이 걸린 마지막 콤비네이션은 점프를 아예 시도조차 못했다. 러시아 관중석 한쪽에서는 비웃음과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55.51점, 16위. 함께 출전한 일본 선수 스즈키 아키코(60.97점·8위), 무라카미 가나코(55.60점·15위)보다 낮은 순위였다. 1위 김연아(74.92점)보다는 19.41점이 낮아 사실상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전광판에 찍힌 저조한 점수는 본 아사다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한 표정이었다.



'김연아(24)의 10년 라이벌' 아사다 마오가 무너졌다. 아사다는 주니어 시절 김연아에게 거대한 장벽 같은 존재였다. 2004년 첫 대결에서 30점 차 이상으로 승리를 거뒀다. 김연아는 자서전에 "왜 하필 저 아이(아사다)가 나랑 같은 시대에 태어났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고 열등감을 털어 놓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사다는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김연아에게 첫 추월을 당했고,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는 김연아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아사다는 점프의 기초부터 뜯어 고치고, 필살기 트리플 악셀 연마에 심혈을 기울이며 설욕을 다짐했다. 지난해 4월 "올림픽이란 최고의 무대에서 집대성하는 의미로 메달보다 스케이팅 인생 최고의 연기를 하고 싶다"고 은퇴를 시사하며,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배수진을 쳤다. 러시아 입국 전 2011년 간경변으로 숨을 거둔 어머니의 산소를 찾아 금메달을 따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단체적에서 실망스런 연기를 보인 아사다는 개인전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사토 노부오() 코치는 "훈련을 잘 소화했고 몸상태도 좋았다. 큰 무대 경험이 많은 선수가 왜 이렇게 무너졌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아사다는 직전 연습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했지만, 앞서 나온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에 대한 함성의 여운에 맥을 못췄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아사다에게 트리플 악셀을 트레이드 마크면서 동시에 저주였다"고 분석했다. 카트리나 비트(독일)은 "일본에서는 피겨스케이팅 인기가 높고 메달에 대한 기대도 상당히 크다. 일본 선수들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부담 때문이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최악'이란 표현을 써가며 망연자실했다. 닛칸스포츠는 "1위 김연아와 19.41점 차이는 치명적이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 우승이 드물지는 않지만, 이 정도 큰 차이를 뒤집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다"고 보도했다. 아사다는 일본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내일은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긴장을 느껴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만족하고 싶다"고 짧게 말했다. 산케이스포츠는 "마음의 정리를 못한 아사다는 말을 잇지 못했다. 표정에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묘사했다.



전 일본 피겨 선수 안도 미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트리플 악셀에 도전하는 모습은 굉장했다. 아직 내일이 있다. 후회없이 자신감을 갖고 빛날 수 있도록. 어린시절처럼!"이란 글을 올려 아사다를 응원했다. 하지만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아사다는 세금도둑이다", "대륙을 수영해서 돌아오라"는 인신공격성 발언이 올라왔다.



20일 프리스케이팅 24명 중 12번째로 연기에 나선 아사다는 프리에서 3회전 점프를 8번 뛰는 도박같은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최준호·박린 기자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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