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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11시간 만에 … 우크라이나 다시 유혈 충돌

중앙일보 2014.02.21 00:18 종합 18면 지면보기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이 재발해 최소 21명이 숨졌다. 경찰은 호텔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해 시위대를 저격했다. 시위자들이 숨진 시위자들의 시신 위에 우크라이나어로 ‘우크라이나를 위해’라고 쓰인 천을 덮어주고 있다. [키예프 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야권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무력 충돌이 재발해 최소 21명이 숨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전날 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들이 휴전과 협상 재개에 합의한 지 11시간 만이다. 이날 사망으로 지난 18일 이후 사망자가 51명 이상으로 늘며 우크라이나가 1992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빚어졌다.

티모셴코 "협상 말라" 사이트에 글
총격전 … 사망 최소 51명으로 늘어



 이날 충돌은 야권이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기 때문이라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투옥 중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20일 자신이 이끄는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사이트에 올린 호소문에서 정부와의 협상은 전망이 없으며 이번에 유혈 사태가 발생한 것도 협상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은 충돌 사태 재개 후 발표한 성명에서 야권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시위대가 다시 점거한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 인근 우크라이나 호텔 옥상에서 저격수가 시위대를 조준 사격해 사망자가 늘어났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시위대는 독립광장에서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진압 경찰에 맞섰고, 경찰은 물대포와 고무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경찰관 1명이 야권 시위대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다른 29명의 경찰도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내무부는 덧붙였다.



 시위대는 이후 경찰과의 공방 끝에 독립광장 인근의 문화·예술센터 ‘10월 궁전’ 건물과 국제회의장인 ‘우크라이나의 집’, 우크라이나 호텔 등을 점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의 공격이 이뤄진 의사당과 정부 청사에 있던 직원들에겐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날 오전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야권 지도자들과 만나 개헌 등 수습책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총격전 여파로 양측의 만남은 상대방을 비난하는 자리로 전락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시위대가 휴전을 세 정비에 필요한 시간으로 악용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야권 지도자인 아르세이 야체뉵 ‘바티키프쉬나’ 당수는 “발사 명령을 내린 안보 책임자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리도록 대통령에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폭력 사태에 책임 있는 관료 20여 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재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이런 서방 움직임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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