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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싸움의 기술

중앙일보 2014.02.21 00:11 경제 11면 지면보기
<본선 8강전> ○·백 스웨 9단 ●·박정환 9단



제6보(71~84)=옛날의 주먹세계는 순전히 주먹만 가지고 싸웠다고 하는데요, 요즘 영화를 보면 칼과 총이 난무하지 않습니까. 바둑도 비슷합니다. 전엔 거리를 재고 폼을 갖추며 서서히 싸우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바로 목숨을 겁니다. 팔 하나는 기꺼이 내주고 상대의 머리를 노립니다. 금방이라도 승부가 끝장날 듯 밀어붙이지만 참으로 놀라운 건 그 와중에 기막힌 타협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지금 모든 시선이 중앙 흑 한 점에 집중되고 있군요. 이 돌은 요석이지요. 전쟁의 도화선이기도 합니다. 박정환 9단은 그러나 곧장 움직이는 대신 71로 친 다음 73으로 움직였습니다. 이게 바로 현대식 전투지요. 71은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만 내 쪽에도 큰 부담이 됩니다. 곱게 싸운다면 그냥 73으로 미는 거죠. 쌍방 훨씬 여유 있고 피 흘리지 않는 싸움이 됩니다만 뭔가 헐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겠지요. 소치 올림픽에서 보니 대부분의 승부가 1초나 0.1초, 또는 0.01초 차이로 가려지곤 하더군요. 고수의 세계로 가면 바둑도 마찬가집니다. 순간이 승부를 좌우하는 거죠.



 스웨 9단이 둔 74는 71의 논리와 마찬가집니다. 나의 위험을 각오하고 상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려는 수법입니다. 그러다 보니 돌들이 마치 동네 바둑처럼 꼬불꼬불 움직이고 있네요. 77로 꼬부렸을 때 스웨는 78로 양단수해 81의 빵때림을 허용했습니다. 일종의 타협책인데요, 78로 ‘참고도’ 백1로 잇는다면 전혀 다른 변화가 된다고 합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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