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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카톡' 삼킨 페이스북 … 모바일 메신저 천하통일 꿈

중앙일보 2014.02.21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지난 14일(현지시간) 밸런타인데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신의 집에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의 최고경영자 얀 쿰이었다. 저커버그의 부인 프리실라 챈이 초콜릿을 얹은 딸기 후식을 직접 내왔다. 저커버그와 쿰은 단 둘이 앉아 초콜릿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바로 이 자리에서 저커버그는 와츠앱을 190억 달러(약 20조4000억원)에 인수하기로 쿰과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전했다.


사용자 4억5000만, 20조원에 인수
일본=라인, 중국=위챗 국지전 탈피
게임산업 등과 연계 세계시장 노려
'라인' 악재 전망에 네이버 주가 급락
우크라이나 이민자 얀 쿰 초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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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츠앱은 한국의 카카오톡·라인처럼 스마트폰을 통한 메신저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사용자 수는 4억5000만 명이 넘는다. 6억 명 이상이 쓰는 중국 위챗에 이어 세계 2위다. 저커버그는 이날 성명에서 “와츠앱은 10억 명(페이스북 사용자 수)과 통하는 새 접점을 마련했다. 획기적으로 성장할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눈독을 들여 왔다. 페이스북에도 자체 메신저가 있었지만 시장을 넓히기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2012년 초부터 쿰과 자주 식사 자리를 가지며 와츠앱 인수에 공을 들였다. 2년여 만에 경쟁자 구글을 제치고 구애에 성공했다. 로이터통신은 “쿰은 우크라이나에서 나고 자라 사춘기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 온 인물”이라며 “서른일곱 나이에 같은 우크라이나 태생인 페이팔의 맥스 레프친, 러시아 출신인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실리콘밸리 동유럽 이민자 신화를 이뤘다”고 평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강자 페이스북이 와츠앱을 업고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도전한다는 소식은 정보기술(IT) 업계를 흔들어놨다. 가장 긴장한 회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1위 자리에 올라 있는 위챗의 운영사 중국 텅쉰(騰訊·텐센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위챗은 사용자 대부분이 중국과 그 인근국에 몰려 있는 데 반해 와츠앱은 세계 각국에 골고루 회원을 두고 있다. 지금은 위챗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페이스북과 와츠앱의 장점이 결합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라인으로 일본·대만·태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 주가는 이날 하루 8.13% 급락했다.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외국인 투자자가 네이버 주식을 팔아치워서다. 카카오톡도 악재를 만났다.



한동안 모바일 메신저 업체 간 경쟁은 나라별 국지전 양상이었다. 한국은 카카오톡, 중국은 위챗, 일본은 라인이 ‘골목대장’이었다. 스마트폰 시장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대신 모바일 메신저를 쓰는 사람이 급증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국가대표급 모바일 메신저 회사들이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을 놓고 승부를 벌이기 시작했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아직 서비스 간 차이가 뚜렷하지 않아 ‘판세 뒤집기’가 쉽고 게임처럼 수익성 높은 사업과 연계하기 좋다는 계산에서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樂天)은 지난달 3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모바일 메신저 회사 바이버를 9억 달러에 사들였고, 페이스북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 구글도 모바일 메신저 업체 인수합병(M&A)설이 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다.



 페이스북의 와츠앱 M&A를 보는 시선이 마냥 호의적인 건 아니다. 와츠앱의 몸값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용자 수와 매입 가격을 비교하며 “라쿠텐은 바이버를 사들이며 이용자 1명당 3달러를 치렀는데 페이스북은 1인당 42달러나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와츠앱 M&A에 쓴 돈은 페이스북 시가총액(1730억 달러)의 10분의 1이 넘는다. 이미 과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페이스북이 상투를 잡은 게 아니냐는 회의적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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