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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봄은 절기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중앙일보 2014.02.21 00:02 Week& 7면 지면보기


얼마전 꽤 추운 날이었습니다. 서울 혜화동 쪽에서 취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삼청동 부근을 지나는데 ‘봄처녀’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화사한 빛깔의 옷을 입은 여성이 저 멀리 보였습니다. 온통 무채색인 겨울의 도시에서 밝은 컬러의 옷을 입은 여성은 아주 멀리서도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취재차량과 여성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자세히 보니 그 여성은 의류 쇼핑몰에 올릴 봄 신상품을 입고 촬영 중인 모델이었습니다. 날씨가 꽤 추웠는데 프로정신을 발휘해 봄날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서 ‘아니 날이 이렇게 추운데 저게 뭐 하는 거야?’라는 생각보다는 ‘아, 조금만 있으면 봄이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은 여성용 봄 구두를 진열해 놓은 신촌의 어느 신발가게입니다. 조금 일찍 봄 소식을 전하려 진열대에 나온 구두들이 얄미웠던지 갑자기 하늘에서 함박눈이 쏟아집니다. 주인은 급히 구두 위에 비닐을 덮습니다. 눈을 뿌린다고 오는 봄을 막을 수 있을까요? 아마 눈이 그치고 비닐을 걷어내면 진짜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이란 절기가 아니라 마음이거든요.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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