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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 절대평가 검토

중앙일보 2014.02.17 02:30 종합 10면 지면보기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과목을 현행 9등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잉 영어교육을 요구하는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1993년 처음 실시된 수능은 성적 표기 방식만 총점제→9등급제→등급과 표준점수·백분위 병기 등으로 바뀌어 왔을 뿐 모두 상대평가였다. 올해 고1이 치르는 2017학년도 수능에서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만 절대평가를 적용하기로 돼 있다. 대부분 대학이 주요 성적으로 반영하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뀔 경우 수능 체계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 사교육비 경감 대책
현행 9등급 상대평가 개선
국제 소통능력 약화 우려
수학 등 타 과목 과열될 수도

 정부 고위관계자는 16일 “대입 제도를 그대로 두고 영어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대평가에 따라 줄을 세우는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최근 학계·시민단체 등 관련 전문가를 모아 영어 사교육 부담 경감책을 모색하는 회의를 여는 등 제도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전환과 함께 문항 대폭 축소, 선택과목화 등의 방안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능은 상위 4%까지 1등급, 7%까지 2등급 등을 받는 9등급 상대평가제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일정 성취 수준을 보이는 수험생은 모두 같은 등급을 받는다.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표기되지 않는다. 절대평가가 처음 적용되는 2017학년도 수능 한국사와 관련해 교육부는 “교과과정을 충실히 공부한 학생들은 모두 1등급을 받게 쉽게 내겠다”고 발표했다. 수능 영어에도 절대평가가 적용되면 수험생 간 차이가 나지 않아 입시에서 비중이 대폭 줄게 된다.



 정부가 이런 검토에 나선 것은 영어가 과도한 잣대로 작용하면서 불필요한 사교육을 초래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사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영어 사교육 부담을 대폭 경감해야 한다”며 “전문직으로 가려고 영어를 배우겠다는 학생들이 있지만 기초 영어만 갖고도 충분한데 모든 사람에게 아주 어려운 영역을 배우도록 강요하면 결국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고 개인에게도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입시에서 영어가 변수가 되고 취업이나 승진, 공무원시험에서도 영어가 필수여서 관련 사교육이 과열되고 있다”며 “실용영어 교육은 제대로 하되 불필요한 요소는 걷어 낼 때가 됐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앞서 2015학년도 수능 영어를 쉽게 출제하고 자기소개서에 공인어학성적을 쓰면 0점 처리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입시업계에선 “수능이 상대평가여서 문제가 쉬워져도 사교육이 줄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정책실장(숭실고 영어교사)은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꾸면 사교육 유발 요인을 제거하는 효과는 분명 나타날 것”이라며 "사립초 영어몰입교육 금지, 외고·국제고 전형 자기소개서에 공인어학성적 게재시 0점 처리 등에 이어 현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4년제 대학 입학처장은 “이공계에서도 국제적인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한데 입시에서 영어의 비중을 축소하는 건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영어의 변별력이 약해지면 대학들이 영어 면접을 강화하겠다고 나설 수 있고 수학 등 다른 과목 사교육이 커질 수도 있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을 설계하면서 영어 교육과정과 평가방식,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을 함께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탁·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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