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인 탄 버스에 폭탄 설치 … 알카에다 소행 추정"

중앙일보 2014.02.17 00:50 종합 3면 지면보기



2004년에도 테러 34명 숨져
2년 전부터 여행 제한 지역
축출된 무르시 법정 출두 날
이스라엘 입국 정차 중 폭발















이집트에서 폭탄 테러를 당한 관광버스에는 대부분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교인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교회 측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이들은 성지순례 중이었으며, 이 교회 김동환(53) 목사도 탑승했다. 이들은 교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국내 성지순례 전문 관광사를 따라 지난 10일 밤 인천공항을 출국해 21일까지 10박 11일간 터키·이집트와 이스라엘 등지를 돌아볼 예정이었다. 버스에는 현지 선교사와 운전기사·가이드 등 모두 33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오후 늦게 폭탄테러 소식이 전해지자 성지순례단 가족 10여 명이 안위를 파악하기 위해 교회에 나왔다. 이들은 “로밍을 해 갔으나 현지와 통화가 되지 않는다”며 불안해했다. 한 가족은 “교회 60년을 맞아 1년6개월 동안 준비한 여행에서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동환 목사의 휴대전화는 꺼진 상태였다. 성지순례단과 짧게 통화한 교회 장로는 “이스라엘로 국경을 넘어가려고 잠시 차를 세운 사이 차 앞쪽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상황을 전했다. 교회 측에 따르면 테러로 인해 버스 앞쪽에 앉았던 운전기사와 가이드 등이 숨졌으며, 한국에서 간 성지순례단 중 사망자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집트에선 ‘아랍의 봄’ 3주년을 전후해 지난달부터 폭탄테러와 대규모 시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등 긴장상태가 계속돼 왔다. 폭탄테러가 터진 16일은 지난해 7월 군부에 의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테러 고무 혐의로 법정에 출두한 날이기도 했다. 특히 시나이 반도는 지난해 10월 이후 과격 이슬람주의자·지하디스트들이 장악해 이집트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대다. 한국인도 안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2012년 2월 시나이 반도에서 관광객 3명이 현지 베두인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난 바 있다. 외교부는 이 사건 이후 여행경보를 2단계(여행 자제)에서 3단계(여행 제한)로 상향조정한 이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테러와 관련, 현지 경찰은 무장세력이 버스를 겨냥해 폭탄 공격을 했거나 도로에 폭탄을 매설해 터뜨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사고 버스 내부에 폭탄이 설치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한 소식통은 본지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10년 전에도 같은 지역에서 알 카에다 세력이 폭탄테러를 저질러 이스라엘인 등 34명이 희생된 적이 있다”며 “현재로선 이번 테러도 현지 알카에다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바는 시나이 반도의 홍해에 면한 휴양지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테러가 종종 발생해 왔다.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시민혁명으로 무너지고 지난해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까지 실각하는 등 이집트 정국이 격랑에 휘말리면서 치안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특히 지난해 7월 이슬람주의자인 무르시 전 대통령의 퇴진 이후에는 시나이 반도가 중동 내 지하드(이슬람 성전) 세력의 새 근거지로 떠올랐다.



  실제 지난해부터 이슬람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군인과 경찰을 노린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이들의 거점을 노린 정부군의 공습도 이어지고 있다. 시나이 반도가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산이 있는 이곳을 찾는 한국인 성지순례객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전영선·신진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