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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탄압은 반인도적 범죄 … 안보리에 ICC제소 권고

중앙일보 2014.02.17 00:48 종합 4면 지면보기
북한 김정은 국방위 1위원장이 군 지도부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 72회 생일인 16일 새벽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한 모습. 왼쪽부터 군 총정치국 염철성 선전부국장, 김수길 조직부국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최용해 총정치국장, 김정은, 이영길 군 총참모장,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사진 노동신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Commission of Inquiry)가 북한의 인권탄압 상황을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로 규정했다. 또 정치적 견해가 다른 집단을 체제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광범위하게 몰살(extermination)하는 ‘폴리티사이드(politicide)’, 즉 ‘정치적 학살(political genocide)’이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유엔 COI 오늘 최종보고서 발표
정치적 학살을 집단학살로 규정
가해자 명단 보고서와 별도 보존
인권유린 나중에 처벌할 근거로



15일자 노동신문 4면. 남북 고위급 접촉 사실과 공동보도문 요약만이 짤막하게 적혀 있다(왼쪽 하단 붉은선 안). [노동신문 캡처]
 16일 본지가 확인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COI는 북한에서 3대 세습기간 중 정권이 주도하는 인권탄압이 진행돼 반인도적 범죄로 볼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인도적 범죄 외에 집단학살죄까지 더해 사안의 심각성과 긴급성도 강조했다. 유엔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협약은 국민·인종·민족·종교적 학살을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했으나 이보다 범위를 확대했다. COI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고, 다음 달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 정례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인권유린 가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안도 권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COI는 80여 명에 이르는 탈북자의 증언 내용을 바탕으로 인권을 유린한 다수를 특정해 가해자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ICC의 처벌 대상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기 때문이다. 또 반인도적 범죄의 최종 책임이 북한의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 즉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COI는 이 명단을 보고서에 포함시키거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도 기소 대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COI는 유엔 차원에서 명단과 기록을 영구 보존한다는 방침이다. 인권유린 가해자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도 시기와 상관없이 정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반인도적 범죄나 집단학살은 국제법상 공소시효가 없다. 다만 COI는 보고서에 노동당 등 북한의 국가기관들이 어떻게 인권유린 범죄에 관여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각각의 기능과 지휘체계를 분석했다. 정치범수용소 등 현장에서 일어나는 인권탄압이 김정은 지도부로까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사슬’의 필연성도 서술했다.



 이번 COI 보고서는 북한 인권과 관련한 권위 있는 결과물로 향후 북한 인권에 관한 정책이나 제재 조치가 논의될 때 근거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모든 법적 근거를 제시해 국제사회 개입의 로드맵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COI는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의 거부권 행사로 ICC 제소가 무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응책도 마련했다. 특별재판소(Ad Hoc Tribunal) 회부도 함께 권고할 예정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전범들을 대부분 사형에 처한 뉘른베르크 군사재판, 일제의 침략행위를 다룬 도쿄 군사재판 등이 바로 특별재판소였다.



유지혜 기자



◆폴리티사이드=정치적 학살.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집단학살죄(genocide)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에서 제노사이드는 국민·민족·인종·종교집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말살할 의도로 살해 및 육체·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학계에서 폴리티사이드도 제노사이드의 범주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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