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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파도 위 밧줄서 2시간 사투, 기름 뿜는 구멍 막았다

중앙일보 2014.02.17 00:29 종합 13면 지면보기
지난 15일 부산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 현장에서 쏟아지는 기름 구멍을 막은 신승용(왼쪽)·이순형 경사가 해경 함정에 돌아와 쉬고 있다. [사진 부산해양경찰서]


지난 15일 오후 4시 부산 태종대 남서쪽 6.6㎞ 앞바다. 남해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4명이 헬리콥터를 타고 와 벙커C유가 쏟아져나오는 라이베리아 국적 화물선 캡틴 방글리스호(8만8000t) 갑판에 내렸다. 연료 공급선과 충돌해 구멍이 뚫려 기름이 흘러나오는 상황이었다. 바다엔 높이 2~3m 파도가 쳤다. 그렇잖아도 흔들리는 뱃전에서 더 흔들리는 밧줄을 타고 내려가 누군가 가로 20㎝, 세로 30㎝ 크기 구멍을 막아야 했다.

태종대 앞바다 뛰어든 해경 특수구조단 '2명의 영웅'
"내가 간다" 선임 신승용 경사 앞장
오른팔 이순형 경사가 자원 뒤따라
"숨쉬기도 힘들었지만 막는 생각만"
벙커C유 뒤집어써 얼굴에 기름독



 가장 선임인 신승용(42) 경사가 말했다. “내가 내려가겠다. 한 명은 같이 가고 둘은 여기 남아 밧줄을 잡아라.” 다음 선임이던 이순형(36) 경사가 함께 가겠다고 자원했다. 그리 크지 않은 구멍이었지만 나무와 부직포로 완전히 틀어막아 기름이 새어나오지 않게 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 워낙 배와 밧줄이 심하게 흔들려서였다.



두 사람이 밧줄에 매달려 구멍을 막는 장면. [사진 부산해양경찰서]
 뚫린 구멍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배는 옆에서 보면 아래가 좁고 위가 넓은 V자 모양. 당연히 뱃전에서 밧줄을 내려뜨리면 구멍 뚫린 벽면에 손이 닿지 않는다. 두 경사는 그네 타듯 밧줄을 흔들어 구멍에 접근해서는 구멍에 고리를 걸어 몸을 고정시켰다. 그렇게 하는 데만 30분 가까이 걸렸다. 그 뒤 1시간30분 동안 시커먼 벙커C유를 뒤집어쓰면서 구멍을 막았다. 신 경사는 “처음엔 기름 냄새가 지독해 머리가 아프고 숨쉬기조차 힘들었지만 최대한 빨리 구멍을 막는 데 집중하다 보니 냄새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화물선 안에는 유출량의 8배가 넘는 180만L의 벙커C유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두 해경의 활약 덕에 유출은 23만7000L로 막았다. 두 경사는 얼굴에 심한 기름독이 올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신 경사는 토요일이라 쉬다가 긴급 호출을 받고 출동했다. 이 경사는 당직근무 중이었다. 해경은 기름 제거 등 사고 수습을 마무리한 뒤 두 사람을 1계급 특진시키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



처리된 기름 유출구 모습이다. 구멍을 막은 뒤 기름이 떨어질까 아래에 통을 달아 놓았다. [사진 부산해양경찰서]
 신 경사는 육군 특전사, 이 경사는 해군 해난구조대 출신으로 2012년 특수구조단이 생길 때 합류한 초창기 멤버다. 2012년 12월 울산 앞바다에서 80m 높이의 대형 크레인을 실은 바지선 석정호가 뒤집혀 근로자와 선원 24명이 바다에 빠졌을 때 다른 단원과 같이 실종자 찾기에 나서는 등 손발을 맞췄다. 특수구조단은 모두 11명으로, 신 경사와 이 경사는 특히 수심 40m 아래 깊은 바다에 침몰한 선박에서의 구조가 전문이다.



 이날 사고는 화물선이 연료를 공급받던 중 파도에 떠밀려 연료 공급선에 부딪히면서 일어났다. 해경 특수구조단이 발 빠르게 기름 유출구를 틀어막았으나 23만7000L는 흘러나갔다. 최근 여수 유출 사고 때 새어나간 16만4000L보다 많은 양이다. 사고가 나자 해경과 해군은 82척의 배를 동원해 방제작업을 진행했다. 기름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는 오일펜스를 치고, 부직포 같은 흡착재로 기름을 빨아들였다. 얇게 기름막이 형성된 부분엔 바닷물을 뿌렸다. 남해해경 류용환 계장은 “물을 뿌리면 기름층이 더 넓어지고 얇아져 증발이 빨리 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량의 기름은 오일펜스를 치기 전에 먼바다로 흘러나갔다. 본지 취재팀은 16일 100t급 해경 순찰정을 타고 사고 해역에서 길이 4㎞, 폭 2㎞가량의 기름띠를 확인했다. 기름막이 해수면에 얇게 형성된 곳은 은색, 두꺼운 곳은 검은색을 띠었다. 주변에선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해경에 따르면 기름띠는 바람과 바닷물 흐름을 따라 사고 지점에서 일본 대마도 쪽으로 4.5㎞ 이동했다. 부근 부산 영도 앞바다에 김·전복 양식장이 있으나 16일 오후 늦게까지 피해는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진환 부산해양경찰서장은 “방제작업에는 3일 정도 걸릴 것”이라며 “국내 연안으로 기름띠가 움직여 어민들이 피해를 보기 전에 방제를 끝마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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