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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민담으로 만난 '거대한 서사의 숲'

중앙일보 2014.02.17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김남일(左), 방현석(右)
경제규모, 평균 수명, 올림픽 메달….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임을 자부한다. 하지만 정작 아시아 각국의 문화와 전통, 삶의 모습에는 무관심한 듯하다. 이국적 여행지나 경제 투자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건 아닐까.


김남일·방현석 『백 개의 아시아』

 ‘한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아시아 이야기에 눈을 돌린 책이 최근 나왔다. 40여 개국의 신화·전설·민담 등 이야기의 원형 100개를 발굴·정리한 『백 개의 아시아』(1·2권, 아시아)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아시아에 천착한 소설가 김남일(57)·방현석(53)씨가 함께 썼다.



 방씨는 “뜨거웠던 80∼90년대가 끝나자 내 문학이 우물 안에 갇혀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한국과는 다른, 바깥의 거울로 스스로를 비춰보고 싶은 욕망이었다. 김씨 역시 “80년대 소진된 문학적 감성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재충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20년 세월을 통째로 빨아들일 만큼 매혹적이었다. 방씨는 “장대한 서사와 정신의 숲을 지척에 두고 한국이라는 작은 숲, 서구라는 먼 숲만 쳐다보고 산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고 했다. 가령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는 그리스·로마 못지 않은 스케일의 상상력을 품고 있었다. 라마야나는 발생지 인도에만 갇히지 않고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로 퍼져 다채롭게 변화하며 꽃을 피웠다.



 방글라데시 산탈족(族)의 창조신화는 지렁이·까치 등 미물들이 진흙을 조금씩 물어 날라 세상을 만드는 내용이다. 창조주가 단숨에 세상을 창조하는 수직적 이야기가 아니라 협동적·수평적 이야기 구조다.



 그런 생명력은 서양에서 먼저 알아 봤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아바타’는 인도의 힌두교 신화에서 착안한 것이다. 생명의 신 비슈누가 세상에 나타날 때 여러 차례 모습을 바꾸는, 그 각각의 모습이 화신(化身), 즉 아바타다.



 김씨는 “이야기를 통해 아시아적인 특징을 파악하려 했지만 갈수록 다양성 자체가 아시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시아를 하나로 규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외부인의 폭력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방씨는 “아시아의 이야기에는 특유의 삶의 지혜, 인생의 가치 등이 녹아 있어 그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문학이 직면한 서사의 빈곤 문제를 푸는 데도 아시아 이야기가 유용할 것 같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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