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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중앙은 감각의 영역

중앙일보 2014.02.17 00:11 경제 11면 지면보기
<본선 8강전>○·스웨 9단 ●·박정환 9단



제4보(45~58)=바둑은 ‘3선과 4선의 갈등’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실리선인 제3선과 세력선인 제4선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바둑의 영원한 난제이기 때문이지요. 돌이 4선을 벗어나 소위 ‘중앙’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둑은 안개 자욱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중앙 행마나 중앙 전투에도 법도가 있긴 하지만 그걸로 해결되지 않는 무수한 변수가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중앙에서 돌이 부딪치기 시작하면 이성보다는 ‘감각’이 우선일 때가 많습니다. 미세하게 갈리는 돌의 ‘기미’를 읽어내는 감각 말입니다. 좌우 19로(路)밖에 안 되는 바둑이 이러할진대 세상사를 읽는다는 건 얼마나 복잡할까요. 저절로 고개를 젖게 만듭니다.



 막히면 죽음이니까 45로 나가는 건 당연하겠지요. 스웨 9단은 여기서 46 하나 젖혀 놓은 다음 48로 달려 하변을 살렸습니다. 중앙은 가만 놔두는 게 더 묘미가 있다고 본 건데 바로 이런 게 ‘감각’의 영역입니다(하변 백은 48로 안전합니다. ‘참고도1’은 백의 선수 삶이고 ‘참고도2’ 역시 백은 흑 두 점을 잡게 됩니다).



 박정환 9단도 49와 51로 차분히 힘을 비축합니다. 그 다음 매가 날아오르듯 53으로 덤볐는데요, 스웨 9단은 54로 살짝 비켜서네요. 듣던 대로 침착합니다. 55로 밀어 본격적인 힘 겨루기가 시작됐습니다. 중앙에선 한 줄만 밀려도 대차가 나니까 젖 먹던 힘을 다해 버텨야 합니다. 58의 이단젖힘도 참 강렬합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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