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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구원투수 30대 '불도저' 총리

중앙일보 2014.02.17 00:05 종합 21면 지면보기
이탈리아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마테오 렌치 민주당 대표가 15일(현지시간) 피오렌티나와 인터 밀란의 세리에A 축구 리그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피렌체 AP=뉴시스]
“난 두 갈래의 길 중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하겠다.”


39세 렌치, 역대 최연소
중앙정치 경험은 적어
"사람들 적게 간 길 택할 것"
감세·노동법 등 개혁 예고

 이탈리아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마테오 렌치(39) 대표가 13일(현지시간) 당 지도부 앞에서 한 호소였다. “나는 무한한 야망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나라가 지금과 같은 경제적 쇠락을 겪도록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날 회의에서 민주당은 같은 당 소속인 엔리코 레타 총리에게 사퇴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나쁘게 보면 ‘당내 반란’이었고 좋게 봐도 ‘권력투쟁’이었다.



 이를 주도한 스스로를 ‘무한한 야망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한 렌치 대표는 이제 이탈리아 총리직을 눈앞에 뒀다.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의회가 추인하는 절차만 남겨뒀을 뿐이다. 그럴 경우 그는 유로존의 셋째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된다. 유럽 기준에서도 젊은 편이다. 영국의 최연소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게 43세 때였다.



 렌치 대표는 중앙정치 경험이 일천하다. 피렌체 시의회 의장(29세)을 거쳐 2009년부터 피렌체 시장으로 일한 게 주요 경력의 전부다. 피렌체 시장으로 있으면서 피렌체 레오폴다 역에서 이탈리아 정치를 토론하는 시민의 모임을 조직하고 민주당의 철저한 변화의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아졌다곤 하나 불과 4년 전이다. 중앙 무대엔 2012년 민주당 대표직에 도전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막상 대표가 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그의 상승을 두고 “혜성”(더타임스), “로켓”(뉴욕타임스)이란 비유가 나오는 이유다. 서방 언론들은 낯선 그를 기성 리더십을 통해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 우선 이례적으로 젊다는 점과 ‘변화’를 외친다는 점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비교되곤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담대한 희망』이란 책을 냈듯, 렌치는 새로운 세대에 대한 꿈과 희망·기대를 닮은 『아웃』을 발간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거론된다. 블레어 전 총리가 노동당을 보다 중도적인 ‘제3의 길’로 이끌며 집권한 것과 유사하게 렌치 대표도 중도좌파인 민주당의 우향우를 주장하고 있다. 감세는 물론 노동법도 개혁 대상으로 꼽는다. 두 사람을 모두 아는 인사는 “블레어는 렌치에 비하면 신사다. 렌치는 진짜 불도저”(레이디 파월)라고 했다.



 실제 불도저 같은 면모를 보이며 권력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말 당권을 잡은 뒤 레타 총리의 무능을 비판하면서 결국 물러나도록 했다. 기성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해온 그가 선거란 정당한 방식이 아닌, 권력투쟁이란 기성 정치 문법을 택한 것이다.



 결국 정당성을 보이려면 성과로 말해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유럽의 병자’인 이탈리아 경제를 회복시켜 40%대를 넘나드는 청년층 실업률을 끌어내리고 사실상 정치 마비 상태를 만들어내는 선거법, 더 나아가 헌법 개정 등의 제도 개혁도 이뤄내야 한다. 하나같이 난제들이다.  



그러나 가죽 항공재킷을 즐겨 입는 그의 등장으로 이탈리아 정치권엔 이미 세대교체란 심리적 변화를 달성했다는 얘기도 있다. 20년간 이탈리아 정치의 얼굴이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77세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마테오 렌치



1975년 1월 피렌체 출생

2004년 피렌체 시의회 의장(29세)

2009년 피렌체 시장(34세)

2013년 집권여당 대표(3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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