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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자동차 개발 나선 구글 … 사실은 운영체제 선점이 목적

중앙일보 2014.02.17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산업연구팀장
승부욕에 불타 밤새워 당구를 치면 돈은 누가 벌까. 답은 당구장 주인이다. 서로 이기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경기장과 게임의 기준을 쥐고 있는 당구장 주인을 당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런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을 일찌감치 꿰뚫어 본 기업이 구글이다. 정보기술(IT) 분야의 플랫폼은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다. 구글은 이미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통해 휴대전화 시장의 ‘진짜 주인’이 됐다. 제조업체가 휴대전화를 많이 팔면 팔수록 구글 안드로이드의 지배력은 강화된다.


세계의 '퍼스트 펭귄'들

 이런 플랫폼 시장에선 누가 먼저 제대로 된 기준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남들보다 먼저 뛰어든 퍼스트 펭귄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글의 최근 움직임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자율주행 자동차(무인차)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 관점에서 보면 컴퓨터나 스마트폰뿐 아니라 TV·세탁기, 심지어 자동차까지도 탑재된 운영체제에 의해 통제되는 기기에 불과하다. 구글의 목적은 자동차 업체와 무인 자동차 판매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지도 정보를 구축해온 구글맵스와 구글어스 서비스를 바탕으로 무인자동차 운영체제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성과는 착착 가시화하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 주행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하면서 무인차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의 94%는 전방주시 태만, 졸음 운전 등 운전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구글의 한발 앞선 플랫폼 선점에는 숨은 전략도 있다. 모든 것을 가지겠다고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이익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다. 구글은 이미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무료로 공개해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노키아·모토로라·블랙베리 같은 공룡이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몰락했다. 이런 장면이 자동차 산업에서 또 반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자동차 업계는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다. 구글은 때가 무르익으면 자동차 제조업체에 무인차 운영체제를 공개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구글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격돌해 온 애플도 차량용 운영체제(iOS in the car)를 발표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인터넷 검색에서 출발해 모바일 기기, 가전 제품을 거쳐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무모한 펭귄 덕분에 상상 속의 무인차를 실제로 탈 날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산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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