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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어 과잉 사교육에 신중한 대처를

중앙일보 2014.02.17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우리나라 초·중·고교 사교육비 규모에서 가장 큰 비중은 영어 사교육이 차지한다. 매달 수백만원씩 드는 영어유치원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초·중·고교 내내 이어지는 영어 사교육 행렬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그칠 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과잉 영어교육의 문제를 지적할 정도로 학생들은 영어 공부 부담에, 학부모는 교육비 지출 부담에 허리가 휠 정도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필수 언어라는 사실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의 영어 교육은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우리 사회의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문제는 고교 입학이나 대학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모든 학생이 전문적인 수준의 영어 문제를 풀어야 하는 데 있다. 이처럼 과잉 영어의 문제는 과잉 입시경쟁과 직접 관련돼 있다.



 교육부가 급한 대로 수능 영어를 쉽게 출제하는 걸 정책 대안으로 내놨으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고 경쟁의 강도는 약해지지 않았다. 또한 수능 영어 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하나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이 여파로 상대평가 영역에 남아 있는 수학 등의 과목 비중이 더 커질 수 있고, 결국 수학 사교육을 키우는 풍선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과잉 영어를 해결하려는 대책은 보다 종합적이어야 한다. 대통령까지 나섰다는 이유로 단기 성과 위주의 졸속 대책을 내놔서는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 당시 영어교육을 개혁한다면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을 개발하는 바람에 수백억원의 국민 세금을 날린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과잉 영어 문제는 교육당국과 대학, 고교 등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갈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아무리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꾼다 하더라도 대학이 영어로 논술을 보거나 구술면접 시험을 치른다면 혼란만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고 신중하게 대안을 마련한 뒤 일관되게 추진해야만 왜곡된 영어 사교육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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