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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디플레 괴물’에 쫓기고 신흥국은 ‘인플레 압력’에 신음

중앙선데이 2014.02.16 01:15 362호 18면 지면보기
“인플레이션은 지니(Genie·램프의 요정), 디플레이션은 오거(Ogre·식인 괴물).”

세계는 물가 전쟁 중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두 번이나 공개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를 건넸다. 15일 회견 장소에선 디플레이션을 ‘오거’라고 부르더니, 25일 다보스포럼 폐막 연설에서도 올해 세계적 경제 리스크로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과 디플레이션을 꼽았다. 달러를 빨아들이는 테이퍼링만큼이나 저물가가 무섭단 얘기다.

저물가 공포에 빠진 게 한국만은 아니다. 미국과 유로존 등의 저물가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1.5% 오르는 데 그쳤다. 유로존은 0.8%였다. 지역 상승률 목표치 2%에 크게 못 미친다.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 조금 더 기다리면 물건 값이 더 싸질 테니 말이다. 수요 둔화로 실업률이 오르고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중심에 부동산 값 폭락으로 시작된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있었다. 라가르드 총재가 “각국 중앙은행은 강력한 성장을 확인한 후에만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며 섣부른 금리 인상을 경계한 이유다. 미국과 유로존 등 선진국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지 못하면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또 한쪽엔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국가들이 있다. 아르헨티나와 인도·인도네시아·터키처럼 최근 ‘벼랑 끝 신흥국’으로 지목된 나라들이다. 인도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8.79%. 인도네시아(8.22%)와 터키(7.75%)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아르헨티나는 공식 통계를 인용하기조차 애매하다. 정부는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11% 올랐다고 발표했지만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실제 상승률은 20%대 후반”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통계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테이퍼링 여파로 인해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들 나라의 인플레 압력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들 나라 대부분이 석유 제품 등을 수입하기 때문에 수입 물가 상승이 물가를 더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통화 가치 하락으로 연료값 부담이 늘어 신흥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을 확대하고 경제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최근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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