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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정시에 수능만 반영하는 건 학생·학부모 위한 간소화”

중앙선데이 2014.02.16 01:47 362호 23면 지면보기
조용철 기자
오연천(63·사진) 제25대 서울대 총장. 경기고·서울대 졸업, 행정고시 합격, 미국 뉴욕대 박사 등의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중학교 진학 때 재수를 했다. 1963년 경기중 입시에서 떨어져 일찌감치 인생의 쓴맛을 봤다. 진학 좌절생들이 넘쳐나는 계절, 그는 “소년 시절의 실패 경험이 인생의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자립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며, 이후에 어려운 시기가 닥치면 그때를 떠올리며 힘을 냈다”고 덧붙였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

 오 총장은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총장이 된 뒤 공식 인터뷰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그는 “서울대를 보편적으로 대변해야 할 공적인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에 가급적 개인적인 견해나 입장이 투영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중앙SUNDAY에 두 시간을 내줬다. 지난 7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한 강연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는 ‘구실’로 마련한 자리는 자연스럽게 서울대 입시 제도 변화 등의 주요 현안에 대한 문답 시간으로 이어졌다.
 
 -2015학년도 입시에서부터 고교 문과생도 의대에 지원할 수 있도록 교차지원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외국어고에 의대 진학 희망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곧바로 취소했다. 철회인가, 보류인가.
 “가장 적절한 표현은 ‘재고하기로 했다’다. 고교 교육에서 문·이과로 학생들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사실 현재도 일반 자연계열 학과에 대한 교차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것을 의대에도 확대 적용키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의대가 워낙 학부모의 주목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에서 특목고에 유리하게 제도가 바뀌었다는 논의가 불붙기 시작하고, 일반고에는 의대 입학의 문이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재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

 -‘재고’라는 표현은 이르면 2016학년에도 도입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그 이상을 얘기하기는 어렵다.”(배석한 한 보직 교수는 “워낙 논란이 컸기 때문에 당분간은 다시 논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15학년도 서울대 입시의 주요 변화 중 하나는 정시모집의 확대(전체 정원의 17.4%에서 24.6%로)다. 또 정시모집에서는 논술이나 구술 시험을 없애고 수능 성적으로만 뽑기로 했다. 이 때문에 수능 점수를 잘 받는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됐다는 주장이 있다.
 “서울대에서 이 제도를 설계할 때는 자사고, 특목고, 일반고 중 어느 종류의 학교에서 얼마나 입학할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발전 가능성이 큰 인재를 뽑는 것이다. 어디에 유리하고 불리하고는 그 다음 문제다. 대학이 그것을 예측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고교교육, 공교육이 잘 진행될수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입시 제도를 만든다.”

 -정시모집에서 논술, 구술 시험을 없앤 이유는.
 “입시를 간소화하라는 것이 사회적 요구 중 하나다. 언론에서도 학부모가 사설 기관의 컨설팅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입시가 복잡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입학생들의 통계를 분석해 보니 수능 성적만으로 선별하는 것과 논술·구술 성적을 포함시켜 선별하는 것이 결과적인 면에서 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간소화하는 것이 옳다는 소박한 결론에 이르게 됐다. 특목고와 자사고에 유리하다는 분석에 동의하기 어렵다.”

 -올해 입시에서 일반고 출신 합격자 전체의 약 6분의 1, 서울 출신 학생의 절반가량이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나왔다. 이런 양상 때문에 서울대가 계층 양극화완화에 기여하기보다는 이를 재생산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대는 인기 사립대와는 달리 두 가지 정책 목표를 고려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국민들은 서울대에 사회의 형평적 가치를 존중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능한 인재를 선발해 글로벌 리더로 육성시켜 달라는 주문도 한다. 이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형평성과 수월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를 늘 고민한다.”

 -형평성과 수월성 두 가지 중 현재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나.
 “정확히 절반씩이다. 총장으로 선출된 뒤 농업고 학생들의 농대 특별전형을 만드는 등 배려적 기회 균등을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잠재적 역량이 큰 우수 학생들을 영입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삼성그룹이 대학 총장 추천 채용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대학을 서열화시킨다는 논란이 일자 이를 철회했다. 삼성이 내놓았던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대학별 추천 할당 인원에서 서울대(110명)가 성균관대(115명)보다 적었다. 서운하지는 않았나.
 “‘삼성 고시’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주게 된 채용 시험의 문제를 풀기 위해 내놓은 제도로 봤다. 삼성의 고충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에 배정된 수가 적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 간의 국제적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최근에는 서구 대학뿐 아니라 싱가포르나 홍콩 등의 아시아 대학으로 진학하는 한국의 우수 학생들도 늘었다(지난해 영국의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싱가포르 국립대는 26위, 홍콩대는 43위, 서울대는 44위를 차지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사실상의 영어권 지역과 우리처럼 모국어가 지배적인 곳의 대학을 해외 학생 유치나 국제경쟁력 문제를 놓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해외의 우수 박사과정 학생을 영입하는 프로그램(SNU 프레지던트 펠로십)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는 싱가포르 국립대나 홍콩대보다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학문 탐구가 가능한 큰 종합대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서울대 또는 다른 대학에 지원했다가 낙방해 상처를 받은 수험생이 많다. 그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은가.
 “충청남도 공주에서 초등학교 4년 때 상경해 2년 뒤에 경기중 입학시험을 봤다. 당시 총점 150점 중 체력장이 25점을 차지했다. 입시 정보가 빈약해 연습을 안 하고 갔다가 25점 중 절반 정도밖에 점수를 못 받았다. 시험에서 떨어져 다른 중학교에 다니다가 남산 도서관에 다니며 ‘반수’를 했다. 나 스스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다. 노력을 안 하고 게으른 것은 죄라는 생각도 갖게 됐다. 결국 자립심과 겸손함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였다.”(오 총장은 성실함과 겸손함을 바탕으로 한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자산이 입시 실패의 경험에서 싹텄을 가능성이 크다.)

 -오는 7월로 총장 임기가 끝난다. 원론적으로 연임도 가능하다. 연임 의향이 있나(서울대 총장 선출 제도가 직선제에서 추천위원회에 의한 간선으로 2년 전에 바뀌었다. 현직 총장도 추천위의 후보가 될 수 있다).
 “현직 총장이 새 총장 선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떻게 얘기를 하든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



오연천 총장

▶1951년 충남 공주 출생
▶경기고, 서울대(정치학과) 졸업
▶1975년 행정고시 합격
▶1982년 미국 뉴욕대 박사학위(재정관리 전공)
▶1983~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2000~ 2004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
▶2010~ 서울대 총장(제25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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