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써니 리의 중국 엿보기] 미·중 속 못 읽는 한국 언론들

중앙선데이 2014.02.16 02:34 362호 29면 지면보기
“중국이 북한을 포기 안 할 거라는 건 오판”이라는 중국 사회과학원 전략 보고서가 나왔다는 기사를 접했다. 반가운 마음에 이 보고서를 쓴 왕쥔성(王俊生) 중국사회과학원 박사에게 연락했다. 그가 선뜻 원문을 보내주어 읽어 보았다. 관련 핵심 부분은 다음과 같다.

“중국은 관련 국가들에 확실한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 특별히 북한과 한국이 중국의 정책을 오해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중국에 있어 크나큰 지정학적 가치(地緣價値)가 있기 때문에 중국이 어떤 상황 속에서도(任何情況下) 북한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이는 북한이 중국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게 한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변화(根本性改變)가 발생했다고 한국이 오해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중국이 이미 한·미와 한 팀(同一条陣線)이 되었다고 한국이 오판하게 해서는 안 된다.”

중국 보고서는 한국과 북한 모두에 중국의 정책을 오판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북한에 해당하는 부분 위주로 절반만 보도했다. 덕분에 한국 독자들은 ‘절반의 진실’만 알게 되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과 남북통일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고위 정부 당국자가 공개석상에서 통일문제를, 그것도 중국과 논의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최근 일고 있는 ‘통일 대박론’과 맞물려 한국 언론은 케리의 발언에 대해 미·중 양국이 한반도 통일을 협의한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정세 변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케리가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아시아에서 ‘재균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는 북한문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working on). 나는 두 주 후에 중국에 있을 것이다. 북한 문제를 토의하고, 한국·일본과 협의하고 통일(reunification) 문제를 다룰 것이다. 그 밖에 무엇이든지 다룰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도 다룰 것이다.”

한국 언론은 케리의 발언이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러한 이례적 발언이 나온 배경과 진위를 캐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그 문제의 발언은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이 국제 분쟁에 개입해 놓곤 골치가 아파지니까 빠지는 식으로 행동한다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공격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의 일부였다. 수세에 몰린 케리는 무려 일곱 문단이나 되는 긴 답을 내놓으며 미국이 세계에서 하고 있는 일을 옹호했다. ‘통일’은 그 속에 들어간 한 단어였지만 한국의 시선은 바로 이 단어에 ‘올인’해 버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은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인사들에게 케리의 발언이 그냥 ‘해프닝’이었음을 해명해 주었다. 내막을 아는 한 미국 인사는 그 문제의 발언이 ‘뜬금 없이 나왔다’(It came out of nowhere)며 곤혹스러워했다. 케리는 지난 10월에도 북한과 불가침 협정(non-aggression agreement)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해서 참모들을 놀라게 했다. 여파가 커지자 그때 주한 미 대사관은 해명자료까지 냈다. 외교적인 수사로 포장했지만 저잣거리 표현대로 하자면 ‘어쩌다 보니 그냥 나온 말’이었다는 것이다.

케리의 발언은 그것이 어떤 진의를 가진 것이었는지 미국 국무부와 워싱턴 정가에 조용히 탐문해 보았더라면 막을 수 있는 오보였다. 앞서 중국사회과학원 보고서 보도의 경우 언론은 어떤 사안에서 핵심을 선별해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언론 고유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을 잘해서 독자의 판단을 돕고 있는지, 아니면 독자에게 부분적인 정보를 주어 사항에 대한 특정한 인식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