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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소형차 등장, ‘고급차=대형’ 공식 깨져

온라인 중앙일보 2014.02.16 01:38



전운 감도는 국내 수입차 시장

프리미엄 자동차와 대중차. 과거 둘은 각기 다른 운동장에서 뛰었다. 서로를 견제할 이유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중화를 노리는 프리미엄 자동차와 고급화를 추구하는 대중차가 ‘고급 소형차’ 시장에서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대형차 위주의 성장에 한계를 느낀 프리미엄 브랜드는 돌연 소형차로 눈을 돌렸다. 상품성보다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심리를 노렸다.



올 초 국내 시장에 출시된 아우디 A3 세단과 메르세데스-벤츠 CLA가 상징적 사례다. 둘 다 각 브랜드의 세단 가운데 막내다. 덩치는 현대 아반떼보다 조금 크다. 그러나 아담한 틀 안에 프리미엄급 사양은 중대형 못지않게 넣었다. 가령 디자인과 편의장비, 신기술, 감성품질 등에서 브랜드의 형뻘 되는 차종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급차=큰 차’의 통념을 깬 작은 거인이다.



아우디, A3로 프리미엄 소형 첫 선

먼저 포문을 연 건 아우디코리아다. 지난달 6일 A3 세단 2.0 TDI를 선보였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 처음 출시된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 세단이다. 가격은 기본형이 3750만원, 다이내믹이 4090만원.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장착한 보급형 폴크스바겐 제타와 210만원 차이밖에 안 난다. 뼈대는 물론 엔진마저 판박이인 폴크스바겐 골프와의 가격 차이도 410만원부터 시작된다.



이에 맞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달 13일 CLA클래스를 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다른 세단과 차별화를 위해 ‘4도어 쿠페’라는 디자인을 새로 선보였다. 문 두 개짜리 차(쿠페)처럼 지붕을 미끈하게 다듬은 멋쟁이 세단이다. 벤츠의 소형 해치백(트렁크와 승객실이 분리되지 않은 형태) A와 B클래스랑 뼈대를 나눈 형제다. 하지만 가격과 위상 모두 한 계단 높다.



과거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적이 있다. 중형 세단인 E클래스를 기본으로 만들되 한층 비싼 값을 매긴 CLS가 주인공이었다. ‘4도어 쿠페’의 처녀작이었다. CLA클래스는 1.8L 디젤 터보 엔진의 CLA 200 CDI와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의 CLA 45 AMG 4매틱(사륜구동)의 두 가지다. 가격은 200 CDI가 4630만원, 45 AMG 4매틱이 6970만원이다.



CLA 역시 “사양은 덩치에 비례한다”는 편견에 맞선다. 벤츠의 대표적 안전기술을 두루 챙겼다. 가령 일반 할로겐 방식보다 밝은 제논 헤드라이트, 장거리 운행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운전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띄우는 ‘주의 어시스트’, 운전자의 긴급한 브레이크 조작을 안전하게 돕는 ‘어댑티브 브레이크’, 운전석 무릎용을 포함한 7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갖췄다.



국내 수입차 업계는 아우디 A3 세단 2.0 TDI와 메르세데스-벤츠 CLA 200 CDI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작은 고급차’의 가능성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존재인 까닭이다. 일단 시작은 좋다. 흥행요소를 빠짐없이 갖춰서다. 둘은 공교롭게 ‘독일차’ ‘디젤 엔진’ ‘배기량 2000㏄ 미만’ 등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을 휩쓴 화두를 두루 관통한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차 시장 진출은 일찍이 1996년 막을 올렸다. 아우디의 1세대 A3가 신호탄이었다. 당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영토 확장에 혈안이 됐다. 마침 제품군 갖추기에 한창이던 아우디는 작은 차 시장을 선점했다. BMW·메르세데스-벤츠가 아직 손길을 뻗치지 않은 ‘틈새’였기 때문이다.



원조 A3가 나온 이듬해 메르세데스-벤츠도 부랴부랴 소형차 A클래스를 내놓았다. ‘벤츠=크고 고급스러운 차’의 믿음을 깬 획기적 사건이었다. 독일 안방 시장에선 반발도 거셌다. 품질 문제마저 불거졌다. 설상가상으로 스웨덴의 한 자동차 전문지가 치른 급차선 변경 테스트에서 차가 전복되자 이를 보완하느라 메르세데스-벤츠는 진땀을 빼야 했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그러나 A클래스의 등장은 예기치 않은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대중차를 지향한 폴크스바겐을 자극했다. “벤츠도 이렇게 작은 차를 만드는데 우리라고 고급스러운 차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프리미엄차를 상대로 한 당시 회장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선전 포고였다. 그는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고급화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대형 세단 페이톤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아렉이 나왔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소형차를 업그레이드했다. 2005년 A클래스보다 한 체급 위인 B클래스까지 선보였다. 현재 A와 B클래스는 3세대와 2세대로 거듭난 상태다. 아우디 역시 A3 이후 ‘축소지향주의’에 맹렬히 가속을 붙여 왔다. 이제 A1과 A2까지 거느렸다. BMW도 2004년 1시리즈를 선보였다. 현재 국내엔 2세대로 거듭난 1시리즈를 판매 중이다. 올해는 2시리즈도 들여올 계획이다.



벤츠는 ‘4도어 쿠페’로 차별화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중차를 넘보는 현상은 유럽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KOTRA가 유럽자동차협회의 통계를 토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10년 전 아우디·BMW·메르세데스-벤츠의 시장 점유율은 일반 브랜드 6개사(포드·오펠·푸조·시트로앵·르노·피아트)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2년 기준 프리미엄 3사의 시장 점유율은 일반 브랜드 6개사의 90%에 육박했다. 올해는 두 세력의 시장 점유율이 같은 수준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로 틈새 차종을 숨 가쁘게 늘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UV의 막내인 GLA를 선보였다. BMW는 신형 미니를 투입했다.



이에 맞선 대중차 브랜드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폴크스바겐이 대표적이다.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유럽 경기에 아랑곳 않고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폴크스바겐 브랜드로만 593만 대를 팔았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2만5662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39.5% 성장했다. 그 결과 2005년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최초로 수입차 판매 2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다만 국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 소형차’ 전략이 통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브랜드 가치만큼 체면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 때문이다. 지난해 성적도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친다. BMW코리아는 소형차인 1시리즈를 2060대 팔았다. 중대형 3시리즈 판매의 3분의 1 수준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소형차인 A와 B클래스를 합친 판매가 1566대로, C클래스의 절반에 못 미쳤다.






자동차 브랜드 분류

명차의 마케팅 전략을 다룬 책 『프리미엄 파워』의 저자 필립 로제가르텐과 크리스토프 B 슈퇴르머가 제시했다. 이들은 책에서 프리미엄 자동차의 특징으로 “혁신 능력과 소비자의 신뢰, 강한 경쟁력, 높은 중고차 가격”을 꼽았다. 독일의 아우디와 BMW·메르세데스-벤츠·포르셰, 영국의 재규어와 랜드로버 등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소개했다. 폴크스바겐 그룹 소속의 벤틀리와 BMW 그룹 소속의 롤스로이스 등 초고가차는 ‘럭셔리 브랜드’로 분류한다. 상품성보다 비싼 가격이 더 큰 영향력을 갖는 브랜드다. 나머지 브랜드를 ‘대중차 브랜드’로 묶는다. 폴크스바겐, 스코다, 세아트, 오펠, 피아트, 푸조, 시트로앵, 르노, 유럽 포드 등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김기범 객원기자 cuty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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