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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국방위 대표단" 표현 … 박 대통령·김정은 합의한 셈

중앙일보 2014.02.15 02:30 종합 3면 지면보기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과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14일 판문점에서 이틀 만에 다시 만났다. 북측은 국방위 대표단으로 원동연 부부장 일행을 표현했다. 이번 접촉은 양쪽 최고권력기구인 ‘청와대-국방위 라인’이 가동된 셈이다.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상호 비방과 중상도 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 통일부]


공동보도문 작성과 종결회의까지 75분. 14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속개된 남북 고위급 2차 접촉은 1차에 비해 속도가 확 붙었다. 오전 전체회의 40분, 점심식사를 생략한 한 차례의 김규현-원동연 수석대표 간 접촉(10분)과 공동보도문을 최종 확인·타결하는 전체회의 25분이 이날 소요된 시간의 전부다.

고위급 회담 75분 만에 타결
북 채널 통전부서 격 높아져
"박 대통령 믿고 통 큰 용단"
청와대·국방위 라인 첫 성과



 첫 접촉은 총 223분이 걸렸다. 이에 비하면 2차 접촉은 협의가 일사천리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대리인 격인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원동연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간의 이틀에 걸친 만남에서 결과물을 도출한 것이다. 북한은 김 차장의 브리핑이 이뤄진 5시에 맞춰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사전 남북 합의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북측은 ‘국방위 대표단’으로 원동연 부부장 일행을 표현했다. 북한 보도대로라면 양쪽 최고권력기구인 ‘청와대-국방위 라인’의 첫 가동이 이뤄진 것이 된다. 정부 당국자는 “원동연이 국방위 소속이라는 점이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이번 회담에 그를 국방위 대표로 내보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규현 1차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격의 없는 의견 교환’이 이뤄졌고, ‘장시간의 솔직한 대화’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남북관계 발전의 첫걸음” “신뢰의 출발점” 같은 표현도 썼다. 아직 정례화란 말은 쓰지 않았지만 후속 고위 접촉 개최까지 공감대를 이룬 상태라 향후 ‘청와대 김규현-국방위 원동연’ 채널이 남북관계 진전의 틀을 짜는 중심 축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양측이 합의한 공동보도문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정부 1년차까지 6년 동안 경색 국면에 빠져 있던 남북관계에 하나의 돌파구다. 박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던 이산가족 상봉을 예정(20~25일)대로 진행키로 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걸음이란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12일 접촉 때까지만 해도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없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해왔다. 훈련 기간에 예정된 24일과 25일의 행사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둘째날 접촉에서 우리 측 설득을 받아들이면서 기존 주장을 거둬들였다.



 김 차장은 회담을 마친 뒤 브리핑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훈련은 별개의 문제라며 북측을 설득했다”며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한다니 그 말을 믿겠다. 통 큰 용단을 해서 받을 테니 앞으로 잘해보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15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선발대 15명을 현지로 보낼 계획이다.



 공동보도문에는 북한 측의 ‘상호비방 중지’ 요구도 반영됐다. 남북이 하나씩 윈-윈한 셈이다. 북측은 회담 기간 내내 상호 비방과 중상을 하지 말자는 요구에 무게를 실었다. 이는 김정은 1위원장이 지난달 1일 신년사에서 육성으로 언급한 내용이다. 최근 김 위원장이 신발을 신은 채 애육원(육아원) 방안에 들어간 것을 일부 국내 언론이 비판하자 북한은 “최고지도부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접촉에서도 그런 보도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차장은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 후자를 택하겠다는 토머스 제퍼슨 미국 대통령의 말까지 예로 들어가며 “민간 언론을 정부가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득했고, 북측도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진전을 이뤘다.



 합의문만으론 2004년 6·4합의 때 남북이 합의한 당국 차원의 상호비방 중단인지 모호하지만 정부의 언론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북측은 비방 중단이라는 단어를 포함시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고, 우리는 정부 당국 차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도록 양쪽이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포괄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문제를 봉합한 셈이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공동보도문은 남북 모두 실리와 명분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의 훈풍이 대북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5·24조치 해제,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건설, 인적·문화교류 확대 등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첫 단추가 끼워지게 된 만큼 다음 단추를 향한 작업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오늘 NSC회의 개최=청와대는 15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 회의를 개최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를 평가하고 합의사항에 대한 후속조치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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