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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hi] "성추행 저지른 지도자들 멀쩡히 돌아와"

중앙일보 2014.02.15 00:49 종합 5면 지면보기
사라예보의 영웅.



 한국 스포츠계에서 영웅 칭호를 받은 원조가 새누리당 이에리사(60·사진) 의원이다. 1973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을 이끌면서다. 이젠 태릉선수촌장도 지낸 체육계의 어른이다. 겨울올림픽이 한창인 14일, 이 의원을 만났다.



 - 겨울올림픽을 지켜보는 소감은.



 “그간 우리 겨울스포츠는 쇼트트랙에만 의존해 오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이강석이 500m 스피드 스케이팅 동메달을 따면서부터 다른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열매가 밴쿠버의 모태범·이상화였고, 김연아까지 나왔다. 기적 같았다. 이를 계기로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했고, 겨울스포츠의 씨앗들도 뿌려졌다. 그러나 이때부터 쇼트트랙은 지뢰밭이 되는 느낌이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



 - 안현수 얘기를 안 물을 수 없다.



 “(체육계는) 조급함 때문에 문제가 터지면 근본적으로 도려내지를 못해 왔다. 문제가 부각되면 들끓다가 곧 ‘없던 일’이 된 경우가 부지기수다. 안현수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승부조작 시도에 불응하는 선수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얘기도 돌았다. 시합을 못 할 정도로 안현수가 부상 중이었는데 선발전 날짜를 잡아버리면서 기회를 안 줬다. 실업팀을 가려 했지만 못 가게 막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월드스타가 원치 않게 잠자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오라고 손짓하는 게 당연하다. ”



 - 왜 그런 문제를 못 고치나.



 “책임 묻고 사퇴시킨다고 관행이 바뀌겠나.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지도자가 성추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도 십중팔구는 ‘너한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등의 회유와 압박으로 합의를 한다. 그러면 없던 일이 되고, 그 사람은 멀쩡히 지도자로 돌아온다. 다시는 이런 이들이 발 못 붙이게 해야 한다. 스포츠는 선수가 중심이다.”



 - 이상화 선수가 단연 화제다. 잘 아나.



 “잘 아느냐고 묻는 게 어색할 정도로 가깝다. 내가 선수촌장이었을 때, 이미 대표선수였다. 근성이 대단하다. 악바리 아니면 저렇게 스케이트를 못 탄다. 상화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신기록이었다. 신기록은 숫자다. 숫자가 보이니 신나게 하더라. 여성성을 즐길 줄도 안다. 고등학교 졸업하기도 전에 귀걸이를 하고 나타났더라. 당돌하게 예뻤다.”



 - 후배 선수들한테 하고 싶은 얘기는.



 “인생에서 승부를 걸 수 있는 기회는 몇 번 없다. 운동선수들의 젊음은 특히 중요하다. 부조리한 현실에 ‘왜 저래?’ 하며 침묵하지 말고 당당히 나서라. 모든 일은 어른 탓이다. 그렇지 않아요?”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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