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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걸그룹 섹시 코드 논란, 진짜로 생각해 볼 문제들

중앙일보 2014.02.15 00:01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
걸그룹 스텔라의 ‘마리오네트’의 뮤직비디오 선정성 논란이 뜨겁다. ‘19금’이라지만 성인물을 연상시킨 역대 최고 수위에 낯뜨겁다는 반응이 많았다. 멤버 중 한 명이 몇 년 전 KBS ‘1박2일’에 출연한 귀여운 국악소녀였다는 점이 논란을 더했다. 어쨌든 데뷔 3년 만에 확실한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했다.



 올 초 걸그룹들의 노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어서 그렇지 걸그룹의 섹시 코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중음악 자체가 다분히 육체적인 장르이고, 특히 댄스음악은 섹시한 몸의 전시, 성적 에너지의 발산이 기본이다. 다만 노골적으로 섹스를 팔 것인가 아닌가, 성적 코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선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노골적’이라는 것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섹시 코드 논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는 지극히 이중적이다. 수많은 미디어는 섹시 코드를 질타하지만 그들의 선정성을 더욱 선정적인 방식으로 보도한다. 자신들의 선정주의에 호재로 삼기도 한다. ‘걸스데이 ‘섬씽’…치마올리기 + 쩍벌춤. 거기 빼고 다 보여줬다’. 한 굴지의 언론사 온라인 기사에 달린 제목이다. 폭풍 클릭이 이어진다.



 안무 수정을 요구하다 아예 3대 금지 안무를 공표하고 나선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서도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바뀌어야 할 것은 안무가 아니라 방송사의 카메라’라는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3대 금지 안무는 무대 위에서 눕지 말 것, 몸을 더듬지 말 것, 의상을 열어젖히지 말 것이다). 영국 BBC가 팝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19금 공연을 청소년시간대에 방영하게 되자 15세 등급의 카메라 워크로 잡아낸 사례를 예로 든다. 당시 BBC는 안무 수정을 요구하는 대신 선정적 안무 장면에서는 의자를 잡고 있는 손을 클로즈업한다거나 최대한 화면을 멀리 빼는 방식의 카메라 워크를 했다. 우리와 단순 비교는 어려운 사안이지만, 방송 내용에 대한 책임은 출연자가 아니라 전적으로 방송사가 져야 한다는 점에서 귀 기울일 만하다.



 또 하나 이번 스텔라 사태에서 문제였던 것은 이들이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홍보이벤트였다. ‘오빠, 시키는 대로 다 해줄게’라는 제목에, 팬들이 원하는 것을 멤버들이 들어주는 형식이다. 멤버들의 속옷 화보를 모자이크 처리한 뒤 ‘좋아요’를 누르면 모자이크가 지워지기도 했다. 포르노 사이트에 준하는 노골적인 성적 대상화다.



 기껏해야 스물을 갓 넘긴 어린 여성 멤버들이 안무와 의상, 이벤트를 통해서 스스로 스트리퍼처럼 보여지는 일련의 과정에 과연 흔쾌히 동의했을지, 얼마나 제 목소리를 냈을지, 그 동의절차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글=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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