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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설치하면 검거엔 도움, 범죄 예방엔 ‘글쎄’

중앙선데이 2014.02.08 23:40 361호 6면 지면보기
‘범죄 꼼짝 마’ ‘시민 안전 우리가 지켜요’ ‘범죄예방의 효자’.

방범용 CCTV 범죄 억제 효과있나

 최근 방범용 폐쇄회로TV(CCTV)를 확대 설치하고 있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관련 홍보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다. 범죄로부터의 안전이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CCTV 설치가 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기대처럼 CCTV가 범죄를 억제하고 시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만병통치약 역할을 해내고 있을까.

 미국의 저명한 범죄사회학자 새뮤얼 워커 교수는 저서 Sense and Nonsense(2006)를 통해 1960년대 이후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 시행돼온 대부분의 범죄억제 정책이 실제로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간의 범죄억제책들이 효과성에 대한 타당한 검증(fact)에 기초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결정자들의 신념(myth)에 따라 시행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범죄정책들은 어떠할까?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문가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보다 정책 결정자들의 신념이 범죄정책 도입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CCTV 도입도 마찬가지다. 물론 CCTV가 범인을 검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범행 장면을 담아내거나 범행에 이용된 차량의 경로 등을 따라잡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CCTV 설치의 근본 목적인 범죄 예방과 사전적 시민안전 확보에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CCTV의 범죄억제 효과를 검증한 연구는 5건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연구들도 수많은 서구 연구와 마찬가지로 CCTV의 범죄예방 효과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다. CCTV의 범죄억제 효과와 관련해 2002년 웰시와 패링턴은 미국·영국·캐나다 등지에서 수행된 22건의 실증 연구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12건의 연구에서는 분명한 범죄율 감소효과를 보였지만, 5건의 연구에서는 범죄율이 오히려 증가했다. 5건의 연구에서는 어떤 효과도 발견되지 않았다. CCTV 설치 유무 못지않게 지역의 특성(경제적 수준·주거형태·상업지역 밀도 등)이나 범죄 유형별로 상이한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역설적이지만 CCTV 설치 필요성이 큰 지역일수록 범죄발생 건수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CCTV 설치 밀도가 셋째로 높은 서울 중구(㎢ 당 41.5대)가 대표적이다. 중구엔 CCTV도 많았지만 범죄도 많았다. 서울 중구의 인구 1만 명당 5대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전국 평균(1만 명당 119.9건)보다 3.3배나 많은 394.9건에 달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CCTV가 절도나 주거침입 같은 계획적인 재산범죄를 예방하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CCTV가 설치돼 있음으로 해서 시민들이 느끼는 범죄로부터의 두려움을 완화시켜 안전감이 증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서구는 물론 국내 연구에서도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는 결과로서 CCTV 운영정책에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준다.

 앞으로 방범용 CCTV의 설치 목표인 범죄 억제와 시민안전 확보를 달성하기 위해선 어떤 지역에서 어떤 범죄를 대상으로 할 때 CCTV의 설치 효과가 큰지를 검증해보아야 한다. CCTV가 모든 지역, 모든 범죄에 대해 효과가 있을 것이란 건 근거 없는 희망에 불과하다. 설치과정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광범위한 홍보를 통해 시민들이 느끼는 안전감을 높여야 한다. 설치 이후에는 지속적인 보수·관리를 통해 본래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CCTV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기 지역은 자기가 스스로 지킨다는 주민 참여의식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경찰이 주민들의 협조를 적극 이끌어내야 한다. ‘준비는 철저히, 행동은 함께…’.

 신념이 아닌 검증에 기초한 CCTV 운영정책이 하루빨리 자리 잡아 범죄 없고 행복한 지역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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