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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문제 기업인에 대해선 주주 의결권 적극 행사”

중앙선데이 2014.02.08 23:52 361호 11면 지면보기
최광 이사장 서울대 경영학과, 미 위스콘신대 공공정책학 석사, 메릴랜드대 경제학 박사. 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고 한국조세연구원장, 국회 예산정책처장,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최광 이사장은 “최근 재판이 진행 중인 주요 기업인들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이들의 이사 선임 여부를 놓고 해당 기업 주주로서의 권리를 원칙대로 행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인의 지위나 위상에 관계없이 국민연금 내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서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인 기초연금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국연연금 재원을 쓰지 않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라며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조속히 제도가 확정돼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금운용과 관련, “국제 금융시장의 급변하는 추이에 휘둘리지 않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투자 다변화를 위해 앞으로 채권 위주 투자에서 벗어나 주식·인프라 투자와 해외 시장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외국인 투자 전문가의 채용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기초연금 이야기부터 해보자. 국민연금도 있는데 이런 제도가 필요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중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을 생각해볼 때 기초연금이 조속히 확정돼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공적인 100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뿐만 아니라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과 같은 종합적인 대책을 통해 체계적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처음엔 국민연금 재원을 직접 사용해 기초연금을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별개로 세금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적부조다.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 사람만이 받을 수 있었던 소득 재분배 혜택을 공적 노후 보장 체계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인 무연금자·저연금자 등도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방안이다. 현재 여·야·정 협의체에서 본격적인 기초연금 논의가 되고 있는 만큼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여·야·정 협의체는 6일부터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 등을 고려해 10만~20만원씩의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부 방안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출범 26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 6.37%
-기금 운용에 있어 수익률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급변하는 금융 상황에서 기금을 까먹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국민연금은 단기 수익률에 민감한 일반 투자 증권사나, 투자 자문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수익률을 높이는 게 연금공단의 목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과 같은 상황에 맞춘 임기응변식 대처는 연금 운용의 취지와 맞지 않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5년마다 자산배분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초기 10년 동안은 채권 투자만 해왔는데 외환위기 이후 기금운영 조직을 만들면서 투자 다변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채권 60%, 주식 30% 외에 벤처투자와 같은 사모펀드 투자, 인프라나 부동산 투자와 같은 대체 투자가 10%에 달한다. 지난 한 해 동안 (11월말 기준) 평균 3.74%의 수익률을 올렸고, (이는 2012년 수익률 6.99%보다 떨어진 수준이다.) 국민연금 출범 이후 26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은 6.37%에 달한다. 매년 50조~60조원의 기금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에도 문제가 없다.
 앞으로 채권 비중을 줄이고 해외 투자 비중을 늘려나가겠다. 국민연금은 이제껏 국내 금융시장 투자에만 주력해 왔는데 이는 마치 조그마한 연못에 고래가 앉아있는 격이다. 그러다 보니 연못도 괴롭고, 고래도 괴로운 상태가 됐다. 결국 해외로 투자를 다변화하는 것이 살길이다. 이제 태평양, 대서양으로 나가 고래가 마음껏 헤엄치는 이런 여건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전문성을 가진 기금 운용 실무 인력의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기금 운용 전문가라 하면 펀드매니저라고만 생각해 왔다. 단기적인 펀드 투자관리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어느 산업이 발전하고, 어떤 기술이 떠오를지에 대한 감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실무진의 잘못된 투자나 한순간의 실수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최근 리스크관리실을 리스크센터로 격상했다.
 지난 26년 동안 연금 가입자들이 납부한 연금 총액만 325조원이다. 이를 운용해 벌어들인 185조원을 합치면 모두 510조원에 달한다. 여기서 연금 지급과 운용 비용으로 총 90조원 정도를 쓰고 남은 돈이 현재의 기금 420조원이다. 그만큼 나름대로 투자를 잘해 왔다는 이야기다. 기금 운용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210명 수준인 기금운영본부의 투자 전문인력을 2년 내에 두 배 수준인 400명 선으로 늘리려고 한다. 현행 규정을 바꿔야 하지만 투자의 전문성과 다변화를 위해 능력 있는 외국인 전문가의 채용도 추진할 방침이다.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만 하더라도 투자 전문인력의 40%가 외국인이다.”

5% 이상 보유 국내외 종목 모두 공개
-기금 운영 내역을 공개하라는 주장도 많다.
 “5% 이상 보유한 국내 주식의 종목명만 공개해오던 정보공개 범위를 지난해 10월부터 5% 이상 보유한 국내와 해외 주식의 종목명과 지분율까지로 확대해 시행 중이다. 다만 주식 투자 종목의 즉각적인 공개로 시장 가격이 왜곡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투자 후 6개월의 시차를 두고 공개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주주로서의 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닌가.
 “현재 공정한 시장 감시자의 역할을 다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주주 권한을 성실하게 행사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로 회사 경영을 간섭하고 지배하기 위해 투자한 게 아니다. 그 회사에서 수익을 창출해 배당을 받거나 주가가 올라서 자본 이득을 취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되 장기적인 차원에서 수익률을 높이는 데 지장이 가는 행위가 있다면 주주로서 적극 나선다. 범죄 등으로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엔 (이사 선임 등에) 반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한 해 동안 총 2566건의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이 중 반대 의견을 낸 것은 10.9%인 279건이다.)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에 대한 입장은.
 “실정법 위반에 대한 판단을 기금의 주인인 연금 가입자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결정할 수 없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서 마련한 세부기준에 맞춰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기업인들이 이런 가이드라인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판단이 서면 기준대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다.”
 (사용자·근로자·연금 가입자 대표와 외부 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전문위원회는 지난해 3월 상법 개정 이후 주주 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키로 결정한 바 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있거나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검찰 기소 단계부터 (이사 선임을) 반대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수서KTX, 수익성 보이면 참여 검토
-최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판결이 임박했다.
 “해당 기업인들의 위법 판결이 나오면 이들이 기업 오너라 할지라도 주총에서의 이사 선임 여부에 대한 의견은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결정될 것이다. 다만 해당 기업에 대한 보유 지분에 맞는 만큼의 주주 권한이 행사될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그룹 오너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CJ·SK·한화·LIG그룹에 대해 각각 5.93%(CJ㈜), 9.69%(LIG손보), 7.2%(SK㈜), 6.73%(한화㈜)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2012년, 2013년 주총에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재현 CJ 그룹회장에 대해 각각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 권익 침해’ 등을 이유로 이사 선임에 반대했었다.)

 -수서KTX 설립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라면 당연히 참여한다. 코레일이 사업계획을 확정한 다음에 내부적으로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업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 (코레일로부터 참여 요청은 있었나?) 아직까지는 그런 요청은 없었다.”

-미래의 국민연금 가입자가 될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국민연금만큼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그 어느 나라도 기금이 고갈이 돼 연금을 지급하지 못한 곳은 없다. 연금은 노후 보장의 일차적인 바탕이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국민연금을 많이 불입하는 것이 노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사업계획에서 주력하려는 분야는.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훨씬 더 잘하는 그런 풍토를 만들고 싶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내건 ‘제2의 건단’이라는 슬로건도 우리에게 주어진 업무를 ‘명품’을 넘어 ‘걸작’ 수준까지 가도록 노력하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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