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시 공무원 간첩 혐의 무죄 … 민변 개입엔 경고

중앙일보 2014.02.08 01:12 종합 3면 지면보기
“검사와 변호인 양측이 공개법정에서 진실을 밝혀낼 수 있게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재판을 이끌어 가려고 노력했다.”


'김용판 재판' 이범균 판사는
자녀 보는 앞 성폭행범 사형

 지난 6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이범균(50·연수원 21기·사진) 부장판사. 본지가 7일 판사실에서 만난 그는 ‘공정’과 ‘중립’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그간의 소회를 대신했다. 그는 “법관이 ‘나를 따르라’며 나서기보다는 양측 주장을 충분히 듣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전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1시간여에 걸쳐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일단 서울청이 디지털 증거분석 과정에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를 참여시켜 분석 범위를 제한하려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폐쇄회로TV(CCTV) 영상과 녹취록을 보면 사건과 직접 연관 없는 부분을 검증한 뒤 제외하자는 취지였다”고 판단했다. 중요 분석 결과물을 빼고 자료를 수서경찰서에 돌려줬다는 주장에 대해선 “하드디스크 검증 결과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처럼 객관적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 검찰 측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 출신으로 경성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부장판사는 1995년 부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판사의 길을 걸었다. 19년간의 법관 생활 동안 2005~2007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을 제외하고 일선에서 재판만 해 온 이른바 ‘필드형 법관’이다. 재판연구관 시절 양승태(현 대법원장) 대법관의 전속연구관으로 일했다. 그러나 사법부 내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법원행정처 등 행정업무 경험은 없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중요 사건이 몰리는 중앙지법 선거·부패전담부인 형사21부 부장이 된 것은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양형에서는 원칙에 충실하다는 평이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강한 형을 선고하고 합리적 의심을 떨치기 어려우면 과감하게 무죄를 쓴다는 것이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지원장으로 근무했던 2010년에는 전국 각지를 돌며 24차례에 걸쳐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강도질을 한 혐의(특수강도강간)로 기소된 허모(48)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후 허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재판 진행 스타일은 합리적이지만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면 엄히 통제하는 편이라고 한다. 지난해 5월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모(34)씨 재판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외부에서 기자회견 등을 열자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 이 부장판사는 “정식으로 자제하길 바란다”며 “이런 시도가 계속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선고 공판에서는 핵심 증인인 유씨 여동생의 증언이 객관적 증거와 일치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박민제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