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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유기견 도살 … 독화살 동원하자 구조 나선 억만장자

중앙일보 2014.02.08 01:01 종합 6면 지면보기
올렉 데리파스카
소치에 때아닌 견공 구조 비상이 걸렸다. 소치 시당국이 7일(현지시간) 이후 거리에서 발견되는 유기견을 모두 도살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소치는 요즘 유기견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집을 팔고 아파트로 옮겨간 주민들이 버린 개들이 수천 마리에 이른다. 경기장 주변과 각국 선수단과 기자들이 묵는 숙소 인근에도 버림받은 개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기견들이 소치의 축제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이에 자선단체 굿윌(Good Will)이 “난소 제거 등 불임수술로 유기견의 수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시간이 없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유해 동물 처리업자들을 고용해 유기견들을 도살하고 있다. 독화살까지 동원한 이들에 의해 매달 300마리 정도가 죽어간다. 동물보호단체 회원인 타티아나 레셴코는 뉴욕타임스에 “독화살이나 화학주사를 맞은 개들이 숨이 막혀 죽는다. 정말 잔인한 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존경받는 억만장자로 꼽히는 올렉 데리파스카(47)가 유기견 구조에 나섰다. 세계적 알루미늄 기업 ‘러시아 알루미늄’(RUSAL) 대표인 데리파스카는 지난해 기준 85억 달러(약 9조1000억원)의 순자산을 가진 러시아 16위(포브스 선정)의 부호다. 그는 ‘포보 독’으로 이름 붙여진 임시 보호소에 운영비로 1만5000달러를 내놓았다. ‘포보 독’은 러시아어로 ‘개 등을 묶는 가죽 끈’을 의미하는데 현재 80여 마리의 유기견이 보호되고 있다. 데리파스카는 앞으로 매년 5만 달러씩 유기견 구조 비용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제동물보호협회(HSI)는 3일 푸틴 대통령에게 “유기견을 도살하지 말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대통령 역시 개를 좋아하지 않느냐”는 글도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수차례에 걸쳐 애견 코니·버피와 함께 찍은 다정한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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