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학생 칼럼] 극한과 무모함도 구별 못 하나

중앙일보 2014.02.08 00:29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시영
연세대 법학과 4학년
지난여름 고등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해병대 캠프 사건이 기억에 생생한데 또 다른 극기훈련 캠프가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초등학생 화생방 훈련 캠프가 그것이다.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으로, 해병 체험이 화생방 체험으로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 캠프는 극한 체험을 표방했으나 무모한 체험으로 끝난 해병대 캠프의 반복이다.



 캠프업체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연기가 가득한 밀폐된 공간 속에서 방독면 없이 군복만 입은 초등학생이 눈과 입을 막고 울부짖는 모습은 구명조끼 없이 입수한 해병대 캠프 학생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건 모두 업체가 극기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어른도 견디기 힘든 체험을 학생에게 시켰다. 특히 화생방 캠프 업체는 부모님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는 이유로 ‘최고의 교육’이라고 자부하며, 쏟아지는 비난에 떳떳하다. 오히려 사진을 비난하는 누리꾼에게 “집단지성을 이용해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극기훈련의 핵심인 극한 체험은 무모한 체험과 다르다. 전자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여기에 기초해 한계에 다다르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아가 변화되는 결과를 얻는다. 후자도 힘든 과정을 설정하는 점에선 유사할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무시한 채 앞뒤 생각 없이 도전하기 때문에 후자는 후행하는 과정과 결과 면에서 전자와 질적인 차이가 있다. 결국 한계 인식 여부가 양자를 가른다. 체험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안전장비 미착용은 어느 경우든 한계 이탈이다. 그것을 강제하면 감독자의 재량행위 남용이다.



 업체는 초등학생의 한계를 인식하는 데 실패했다. 성인도 아닌 초등학생이, 그것도 안전장비를 미착용한 미성년자가 화생방 훈련을 견딜 것이라고 기대한 건 능력의 한계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다. 실전훈련을 받는 군인도 의복만 입고 화생방 훈련을 견디기 힘들어하지 않나. 육체적으로도 아직 미성숙한 어린 학생이 동등한 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몰상식이다. 화생방 캠프는 극한이 아닌 무모한 체험인 것이다.



 진정한 체험은 체험 참여자에게 덜 불쾌한 과정을 밟게 하면서도 스스로 납득할 만한 결과를 제공한다. 업체의 주장대로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초등학생은 분명히 변할지 모른다. 부모님의 소중함을 마음에 각별히 새길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매우 부정적인 과정을 통한 결과다. 그 결과가 긍정적인지 신뢰하기 힘들고 과정 자체가 변화를 위한 최선이었는지도 의문이다. 안전장치를 제거한 업체나 이를 알고도 교육이라면서 침묵한 부모도, 학교도 모두 한심스럽다. 침묵이 길어지면 피해자가 더 늘게 될 것이다. 극한 체험으로 포장된 무모한 체험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최시영 연세대 법학과 4학년



◆대학생 칼럼 보낼 곳



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 (www.facebook.com/icolumnist) 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