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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원은 나눠 피운다" 옛말 … 공공장소 흡연 땐 자아비판

중앙일보 2014.02.08 00:23 종합 18면 지면보기


중국이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흡연자 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중국은 흡연인구 3억 명이 넘는 담배 대국이다.

담배와의 전쟁 선포한 중국 공산당



 공산당이 솔선수범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연말 당 중앙이 ‘영도간부 공공장소 솔선 금연령’ 5개 조문을 발표했다. 처벌 조항까지 담았다. “공산당 간부들은 대중과 여론의 감독을 받아 금연해야 한다. 위반한 간부는 자아비판 교육을 받고 심각한 위반을 한 경우 기율과 법에 따라 처리한다.”



 간부 금연령이 나오자 국가위생위는 발 빠르게 연말까지 공공장소 금연 조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칭다오(靑島), 창춘(長春) 등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공공장소 금연조치를 내리고 있다. 지난달 열린 각 지방 양회(兩會·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담배가 자취를 감췄다. 회의장뿐 아니라 대표들이 묵는 호텔과 식당에서도 재떨이가 사라졌다.



 공산당의 이런 담배와의 전쟁에는 결자해지 측면이 있다. 흡연자·비흡연자를 가리지 않는 중국 특유의 ‘담배 권하는(敬煙·징옌)’ 풍습을 만든 게 바로 중국 공산당이기 때문이다.



 1968년에 일본 방위청 전사편찬실이 편찬한 『북중국의 치안전(北支の治安戰)』을 보면 ‘민·비(民匪)분리요령’이란 장이 있다. 일반인과 공산당원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담배 습관을 들고 있다. “신문을 가장해 말을 걸며 담배를 줘 공유 관념을 시험한다. 당원은 공산의식이 강해 받은 담배를 왕왕 다른 이에게 나눠준다. 이들은 사유 관념이 옅어 신문 요원에게도 거리낌 없이 담배를 요구한다.”



 중국의 체제 선전 영화 ‘개국대전’도 증거다. 영화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은 동지들과 담배를 나눠 피운다. 동료들도 거리낌 없이 웃으며 마오의 담배를 뽑는다. 국민당 관리의 묘사에서는 나오지 않는 장면이다. 저우언라이(周恩來)를 제외하곤 개국원로 대부분이 골초였다.



 1949년 신중국을 수립한 뒤 군인들이 대거 지방 간부로 변신했다. 공산당 내부의 담배 권하는 습관이 전 중국으로 퍼졌다. 일반인도 징옌 습관을 따라 배웠다. 공산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북한도 담배 인심이 좋다. 군인 비율이 높은 북한은 흡연율이 중국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금연령은 금연 선진국 한국 배우기 요인도 있다. 한국은 2004년부터 TV에서 흡연 장면 방송을 금지했다. 올해부터는 면적 100㎡ 이상인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북한은 정반대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흡연 모습을 당 기관지가 보도할 정도로 금연 후진국이다. 중국으로선 따라 하기 싫은 반면교사다.



 중국의 담배에는 복잡한 정치경제학이 배어 있다. 공산당은 실업률이 오르거나 사회 불안이 예고되면 담배 생산을 늘려왔다. 담배 생산·판매 및 관련 산업의 고용 효과 때문이다. 중국에는 약 6000만 명이 담배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담배 경작 농가가 18만2000가구다. 담배 소매상만 518만 개에 이른다.



 금연 효과가 높은 담배소비세 인상은 중국에서 금기로 여겨져 왔다. 방대한 저소득 흡연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담배 관련 세금은 중앙정부 재정의 7~10%를 담당해 왔다. 담배 산업은 2011년 7530억 위안(약 131조9934억원)의 이익을 거두고 그 가운데 600억 위안(약 10조5174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중앙·지방 정부와 담배 제조사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로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의 담배 산업은 국가연초전매국이 총괄한다. 국유기업인 중국국가연초공사와 같은 조직이다. 중국 특유의 ‘하나의 기관 두 개의 문패(一個機構兩塊牌子)’다. 이들은 자신을 ‘중국 계획경제의 마지막 수호자’라고 부른다. 담배 마피아의 보루이다. 중국 담배 생산의 16%를 차지하는 윈난(雲南)성의 경우 금연은 재정에 치명타나 다름없다. 담배 산업이 성 경제의 핵심 기둥이다. 윈난의 담배 제조업체 훙타(紅塔)그룹은 과거 주룽지(朱鎔基), 후진타오(胡錦濤) 등 중앙지도자의 주요 시찰지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담배는 권력과 신분의 상징이다. 중국에서 담배의 종류와 가격은 스펙트럼이 넓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다. 푸춘산쥐(富春山居) 고급형은 한 보루에 5000위안(88만원)에 이른다. 최고급 담배는 주로 공산체제 선전형 이름을 갖고 있다. 담배의 이름이 피우는 사람이 누구인지 웅변하는 셈이다. 최고의 담배는 종류에 상관없이 ‘중앙 특별공급 최고간부 전용(中央特供首長專用)’이 인쇄된 담배다. 이런 초고가 담배는 당정 고위 간부들이 선물로 받아 피운다. 담배가 부패의 연결고리가 될 수밖에 없다. “담배를 선물하지도, 권하지도, 피우지도 말자”는 슬로건이 나온 이유다.



30세 때인 1983년 허베이성 정딩현 사무실에서 담배를 손에 쥔 채 사진 찍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중국의 담배 문화는 권력의 서열 문화가 만들었다. 1951년 당 중앙은 1925년 설립된 상하이궐련공장에 고급 간부용 특별 담배를 생산하라는 임무를 하달했다. 고급 담배의 대명사인 중화(中華)가 탄생했다. 1966년까지 필터형 중화 담배는 연간 110상자만 생산됐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즐겨 피운 팬더(熊猫·슝마오) 담배는 연 생산량이 수백 갑에 불과했다. 개혁·개방 이후 권력의 서열 문화는 옅어졌지만 고급 담배의 생산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1988년 중화의 생산량은 연간 1만 상자에 불과할 정도였다. 대신 고급화가 진행됐다. 가격이 하늘까지 치솟은 담배가 속속 등장했다.



20세 때인 1975년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한 공원에서 친구들과 담배를 즐기는 리커창(가운데). [중앙포토]
 중국 최고지도자의 담배와의 인연도 흥미롭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젊은 시절 잠시 담배를 피웠다. 20~30년 전 이미 금연에 성공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청(李成) 박사는 지난 17기 정치국원 25명 가운데 왕자오궈(王兆國), 왕치산(王岐山), 장더장(張德江), 위정성(兪正聲), 쉬차이허우(徐才厚) 다섯 명이 흡연자라고 조사해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의 흡연 모습이 공개된 경우는 없었다. 링지화(令計劃), 왕후닝도 흡연파에 속한다. 17기 정치국 흡연율 20%는 중국 성인 남성 평균치 52.9%보다 낮은 수치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는 금연 전도사였다. 2009년 1월 ‘건강한 충칭’ 동원대회를 열었다. “충칭에 흡연자가 많다. 1인당 하루 평균 14개비를 피운다. 중국 20대 도시 중 2위다. 국가 세수에 공헌하려는 거냐”며 금연을 권했다.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은 금연대사다. 중국흡연통제협회에서 미국 NBA 농구스타 야오밍(姚明)과 함께 2009년부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리커창 총리는 대조적이다. 이복동생 리커밍(李克明·57)이 현 국가연초전매국 부국장이다. 그는 30년간 전매국에서 근무했다.



 중국의 칼럼니스트 황장진(黃章晋)은 최근 인터넷 매체 관차(觀察)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관리들은 이제 고급 담배 대신 만두를 먹으며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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