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지식] 10년 후 중국 국력 미국과 대등 … 군사·문화력은 못 따라가

중앙일보 2014.02.08 00:16 종합 22면 지면보기
2023년

세계사 불변의 법칙

[인터뷰] '세계 100대 공공지식인' 옌쉐퉁

옌쉐퉁 지음, 고상희 옮김

글항아리, 376쪽

1만6000원



멈춰 있는 것을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시 멈추게 하기 힘들다. 물리적 법칙인 관성을 국제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역사의 관성(歷史之慣性)』(2013)이다. 저자 옌쉐퉁(閻<5B66>通)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중국의 부상을 누구도 막을 수 없으며, 세계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의 양극체제(bipolar system) 출범을 앞두고 있다고 단언한다. 미·중 패권경쟁뿐만 아니라 10년 후 국제 질서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책에는 통념과는 다른, 의심이 갈 만한 내용도 많다. 하지만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Berkeley)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옌쉐퉁 원장이 정통파 국제정치학자라는 점,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2008년 ‘세계 100대 공공지식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역사의 관성』의 우리말 번역본인 『2023년―세계사 불변의 법칙』의 출간을 계기로 옌쉐퉁 원장을 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옌쉐퉁은 미국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 전통과 왕도정치 등 중국 사상을 접목했다. 미국 학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중국 학자이기도 하다.
-미·소 양극체제와 비교했을 때, 미·중 양극체제는 좀더 평화적일 것인가.



 “그렇다. 최소한 미·소 냉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핵무기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전쟁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달라진 것도 있다. 첫째, 세계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계화는 단순한 경제적 상호의존(economic interdependence)과 차원이 다르다. 세계화로 말미암아 중국과 미국은 기술·교육·문화 등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가 됐다. 심지어 군사 영역에서도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양국 국민 수백 만 명이 매년 상대편 국가를 방문하는 시대에 정보기관이 인적 이동을 감시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냉전 시대와는 달리 양국이 상대편을 봉쇄하는 전략은 구사하기 힘들다. 둘째, 냉전이 낳은 학습효과도 있다. 양국 정책 결정자들은 냉전 경험이 아직 생생하다. 역사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앞으로 10년간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계가 미·중 양극체제로 향해가고 있는 만큼 한국에게 최선의 전략은 중국·미국 모두의 동맹국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양국 모두 한국을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이 필요한 양국은 오히려 한국을 가운데 두고 서로 경쟁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에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인류 역사를 통틀어 남이 해주는 통일은 없었다. 통일은 자력으로 하는 것이다. 중국만 봐도 대만과 통일할 군사 능력이 없다. 10년 내로 중국이 통일될 가능성은 없다. 그런 중국이 남·북한 통일을 돕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북한이 통일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면 통일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못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다.”



 -유럽은 비스마르크나 메테르니히 같은 걸출한 지도자를 배출했다. 유럽연합(EU)이 중국·미국과 더불어 3극체제를 형성할 가능성은 없는가.



 “유럽연합보다 독일의 리더십에 달린 문제다. 향후 10년간 독일은 더욱 강해질 것이며 영국과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아메리카·유럽 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 and Europe)’을 결성하면 중국의 부상을 막거나 최소한 늦출 수 있지 않나.



 “유럽은 미국과 연합해 중국을 봉쇄하는 것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득을 취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앞으로 유럽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점점 더 중립적이 될 것이다.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유럽은 목소리를 낮출 것이다.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중국의 성장으로부터 얻는 이익도 더 많아질 것이다.”





 -미·중 양극체제 이후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단극 체제가 오는가.



 “그 문제를 예측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이다. 책에서 밝혔듯이 10년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단극 체제의 도래는 10년 내에는 불가능하다. 단극 체제가 형성된다고 해도 그 중심을 구성하는 것은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한국·아세안(ASEAN)으로 이뤄진 동아시아가 될 것이다. 이 4대 강국은 충분히 유럽을 대체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 중국의 사회주의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인가, 약화될 것인가.



 “너무 정치적인 질문이다. 사회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이다. 전문분야가 국내개혁이 아니라 국제관계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내로 중국 내부에서 양극화나 부패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전통적인 도덕관념도 약화될 것이다.”



 -중국은 서구식 민주주의를 수용할 것인가.



 “10년 내로는 불가능하다. 정부도 사회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식 민주주의는 국력 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일본·대만·한국 사례를 보면, 지속적인 고도 경제성장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은 ‘위대한(great)’ 지도자들을 배출했다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도 그러할 체제가 갖춰져 있는가.



 “중국 사람들은 위대한 지도자를 가졌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는 1949년 이래 위대한 지도자가 없었다. 마오쩌둥(毛澤東)에서 후진타오(胡錦濤)까지 우리 국가지도자들은 많은 실수를 했다. 중국이 성취한 것은 이들 지도자 개인이 아니라 정치적 리더십 전체 덕분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 책에서 예측한 것 중에 몇 퍼센트가 적중할 것이라고 보는가.



 “현재로서는 90% 이상 맞을 것이라고 본다. 원고를 넘긴 것은 지난해 3월이었는데 현재까지는 모든 게 예측대로 가고 있다.”



 - 한·중 수교 이후, 특히 경제 분야에서 협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유지될까.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한·중 관계가 향상될 것이라고 본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그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일본이 야기하는 충돌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총리직을 놓는 마지막 단계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러시아 같은 동아시아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둘째, 한반도 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중국은 한국과 우호관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防空識別區域·ADIZ) 획정에 있어서도 중국은 억제된(low-key) 반응을 보인 것이다. 양국 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중국 패권이 미국 패권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중국의 부상에 대해 세계인들이 의구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가 중국의 대(對)티베트 정책이다. 중국의 티베트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의 티베트 정책이라는 관념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티베트는 중국의 지방일 뿐이다. 한국 정부보고 독도에 대한 정책을 바꾸라고 한다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강조할 말은.



 “책에서 나는 중국과 한국이 동맹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이 출간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맹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도 한·중 동맹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바로 이 문제로 나는 4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학술회의에 간다. 지금은 중국과 한국 사이에 동맹이 가능한 것인지, 가능하다면 한국이 얻을 이득과 손실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김환영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