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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이만하면 충분하다' 유쾌한 나를 찾아서 …

중앙일보 2014.02.08 00:14 종합 23면 지면보기
심리학에 속지 마라

스티브 아얀 지음

손희주 옮김, 부키

304쪽, 1만4800원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나’다. ‘한 번뿐인 인생,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해답을 찾으려 서점에 가서 심리학 책을 뒤적인다. 전문가가 제안하는 삶을 바꾸는 7가지 습관을 실천해 보기로 한다. 첫날부터 실패한다. ‘나는 왜 이 모양이지….’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이해하고 단점을 개선해 보다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이런 ‘자아탐구의 굴레’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저자는 말한다. “일단 너에 대한 관심을 버려!”라고. 저자가 보기에 자신을 찾으려는 노력은 오히려 인간을 행복과 멀어지게 만든다. 지나치게 자아에 몰두하다 보면 고칠 곳과 약점이 새롭게 보이고, 인생은 더욱 괴로워질 뿐이다.



 독일 심리학 전문잡지 ‘게히른 운트 가이스트’의 편집장으로 일하는 저자가 ‘심리학 만능사회’에 던지는 어퍼컷, 일단 속시원하다. 그는 한 심리전문가의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마치 종교집회와도 같은 열띤 분위기에 큰 충격을 받아 이 책을 구상했다. 그가 보기에 현대인들의 정신적인 문제에 내려지는 많은 심리학적 처방들은 상당수가 ‘구라’다. 심리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심리학 만능주의의 이면에는 사람들의 불안과 성공욕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심리산업이 있다.



 책에는 각종 심리학 검사와 이론들에 대한 비판이 상세하게 등장한다. 예를 들어 진로상담에 주로 쓰이는 MBTI(마이어스 브릭스 유형지표) 검사의 경우 설문지 작성자의 작은 실수에 의해 동일인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게 진단될 수 있다. 인간의 심리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요소가 어우러져 발현되는 것이므로, 인과관계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심리산업은 또 삶에서 부딪히는 가벼운 트러블을 공포증, 강박증 등 치료를 받아야 할 ‘질병’으로 만들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자아성찰은 병원 매출에 좋다.”



 그렇다면 일상을 엄습하는 불안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저자는 ‘자아의 스위치를 끄고 몰입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라’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나의 삶을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나는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유쾌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탐구하는 대신, 산책이든 뜨개질이든 머리를 비우고 세상을 느끼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력적인 결론이지만 이미 ‘마음 들여다보기’의 노예가 된 사람들에겐 쉽지 않은 길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읽은 후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게 됐으니 말이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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