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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학교 도서관에 누워서 책 읽을 수 없나

중앙일보 2014.02.08 00:08 종합 24면 지면보기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김경인 지음, 중앙북스

264쪽, 1만5000원



“(한때는) 신(神)처럼 들어왔던 도시에 이제는 쥐새끼처럼 종종거리며 들어온다.”



 미국 건축사가 빈센트 스컬리가 뉴욕 펜실베이니아역이 새로 지어졌을 때 한 말이다. 공간이 사람의 감정을 고양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한없이 위축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극단적인 비유이지만 공간이 발휘하는 힘을 이토록 강하게 역설한 말도 드물지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도 던져볼 수 있을 듯하다. 지금,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곳일까.



 이 책의 저자는 디자인 전문가이면서도 정작 아이의 학교 환경에 대한 관심은 다른 엄마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아이의 학교를 처음으로 유심히 바라본 건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 때였단다. 그는 책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학교는 삭막함, 단조로움, 차가움, 딱딱함 그 자체였다. 내 아이가 이런 곳에서 자그마치 6년을 보냈구나….”



 이 책은 “엄마, 학교가 마치 감옥 같아요”라고 한 아들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저자가 2008년부터 추진해온 공공 프로젝트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를 고민한 이야기에서부터 다양한 해외 학교 사례, 문화체육관광부 디자인공간문화과(현 시각예술디자인과)를 찾아가고, 결국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지금까지 전국 55개 학교를 바꾸어간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경험하는가’라고 말한다. 좋은 공간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곧 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추진한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의 실제 사례는 감동적이다. 아이들이 신을 벗고 들어가 바닥에 눕거나 계단, 창가에 앉아서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바꾼 부산 신선초등학교 도서관은 아이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 됐다. 시멘트 탁자와 의자 몇 개만 달랑 놓여 있던 공간을 아이들의 인기 쉼터로 바꾸었는가하면(고양 호곡중), 제대로 활용되지 않던 학교 옥상을 정원으로 만들어 녹색의 힐링공간으로 만들었다.(이천 한국도예고).



 책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 그 이상이다. 집은 그토록 꾸미면서 왜 학교는 그대로일까, 지금 학교를 누가 설계하고 짓는가 등의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교육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는 점에서다. 조금만 귀를 기울인다면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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