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셔니스타 지드래곤이 좋아한 그 옷 누가 만들었을까

중앙일보 2014.02.05 16:51
설치미술가 서도호.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작가의 미술 작품이 전세계인을 상대로 한 의상 발표회 소재가 됐다. 주인공은 설치미술가 서도호다. 지난달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패션 디자이너 톰 브라운(Thom Browneㆍ49)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 작품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서울 방문했을 때 리움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본 게 계기다. 옷 짓기, 옷 입기 모두 입체적인 구성으로 한 것이 서작가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운은 프랑스 브랜드 ‘몽클레르 감므 블루 2014 가을ㆍ겨울 패션쇼’의 작품 전체를 서도호의 작품에 바탕해 제작했다.



그는 2012년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서도호 개인전 ‘집속의 집’을 관람했다. ”서작가가 천으로 지은 집이 매우 흥미로웠다. 내 의상 디자인이 건축적이란 평가를 받는데, 그는 반대로 집짓기, 건축을 천으로 했다.” 브라운이 올 가을ㆍ겨울 ‘몽클레를 감므 블루’ 남여성복은 서도호 작품과 묘하게 닮아 있다. 세로로 길쭉한 마름모 무늬를 교차시킨 각종 누빔 의상, 이를 겹쳐 입는 방식, 짙고 옅은 회색ㆍ분홍색을 섞거나 교차시켜 색을 조화시킨 상하의 등이 서도호 대표작 '집속의 집'과 비슷한 분위기를 냈다.



설치미술가 서도호는 국내에서 ‘서세옥 화백의 아들’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2년 봄 서울 한남동 리움 미술관이 국내 작가로는 처음으로 서작가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엔 하루 평균 1730명, 총 10만1200명이 다녀가는 성공을 거뒀다.



톰 브라운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패션 디자이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 한국 가수 지드래곤이 그의 옷을 즐겨 입는다. 미셸 여사는 지난해 1월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당일 의상을 브라운에게 주문해 입었다. 한국에 3번 방문했다는 브라운은 "매우 유명한 한류 팝스타 지드래곤이 내 옷을 즐겨 입는다고 들었다.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는데 며칠 후 있을 내 브랜드 패션쇼에 온다니 기대된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몽클레르 감므 블루’에서 나오는 남성ㆍ여성 라인,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톰 브라운’ 남여성복 등을 지휘하고 있다. 지드래곤은 지난달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톰브라운 2014 가을ㆍ겨울 패션쇼’ 직후 브라운과 조우했다. 미셸 오바마의 옷에 대해 브라운은 "대단한 영광이다. 그 전에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입은 적 있으니 두번째로 내 디자인을 택한 것이다. 남성용 넥타이에 흔히 쓰는 톡톡하고 도톰한 ‘자카드’ 천으로 코트를 만들었다. 세련되고 여성적인 동시에 강인해 보이도록 한 의도가 적중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걷는 걸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미국 동부 펜실베니아주 출신인 브라운은 노트르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미국 뉴욕에 있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에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패션 디자이너가 됐다. ‘미국 대표 디자이너’로 불리는 랄프 로렌 눈에 띄어 브랜드 ‘클럽 모나코’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내 어떤 점을 눈여겨 봐 기회를 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최고 품질, 형식적이고 고리타분한 건 싫다는 마음가짐으로 패션 디자인에 임했다. 다행히 사람들이 새롭다고 느끼고 좋아해줘 여기까지 왔다.” 브라운은 발목이 드러나 보이는 짤막한 정장 바지, 어깨 부위가 꼭 맞게 재단한 정장 재킷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보통 사람이 소화하기엔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지드래곤처럼 패션에 관심 많은 유명인들에게 특히 사랑 받으며 명성을 구축했다. ”사람들이 내 컬렉션을 보며 ‘저런 옷을 누가 입어’ 라고 생각하는 특별한 것들이 있다. 한데 지드래곤을 비롯 한국인들이 종종 진가를 알아보고 입어 주니 매우 기쁘다. 디자이너로서 굉장히 고맙고 즐겁다.”



대통령 부인의 뜻깊은 날을 위해 특별한 의상을 제작한 그에게 ‘한국 여성 대통령의 패션’에 대해 물었다. 브라운은 ”세련되고 단순할 것“을 권유했다. ”치마에 스웨터만 단정하게 입는데도 멋지고 단아할 것이다. 대통령이 매일 뭘 입을까 걱정하기 보다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시간을 더 할애하실 것 같다.“(웃음)



그가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몽클레르’는 우리나라에서 ‘고가 패딩’ 논란을 일으키는 브랜드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 탓이다. 몇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녀가 이것을 입어 논란이 됐다는 얘길 전했다. 브라운은 “비싼 옷 입는 것 자체가 그리 큰 문제인가. 어떤 자리에 어떤 옷이 적절한지 생각해야 한다. 비싼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더 많이 팔고 싶어서 싸게 만들고 싶거나 가격과 품질을 타협하고 싶진 않다. 디자이너로서 판매만을 위한 디자인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밀라노=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