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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뇌물 6억 공무원, 징역 9년+벌금·추징금 13억 패가망신

중앙일보 2014.02.05 02:30 종합 12면 지면보기
청주시청 주무관 이모(52)씨는 KT&G 용역업체로부터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를 비싸게 사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가 지난해 적발됐다. 이씨가 받은 돈은 6억6020만원. 하지만 손해는 몇 배나 더 크다. 일단 구속 수사를 받고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8월에는 직장에서 파면당했다. 같은 해 10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이정석)가 징역 9년에 벌금 7억원, 추징금 6억6020만원을 선고하면서 이씨는 받은 돈 전액을 추징당했고 별도로 7억원을 더 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주시에 26년 재직한 그는 확정 판결이 나면 퇴직급여(또는 퇴직연금)까지 반 토막이 난다. 퇴직급여는 정부 지원금과 본인 부담금으로 조성돼 2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에게 지급된다. 하지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정부 지원금을 뺀 본인 부담금만 받는다.


엄중해진 공무원 뇌물죄 '4중 처벌 세트'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엄중해지고 있다. 이전에 비해 선고 형량이 높아진 건 기본이고, 받은 돈보다 많은 금액을 추징금·벌금 등으로 내야 한다. 관가(官家)에서는 “적은 액수라도 잘못 받았다간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실제로 뇌물 한 번 잘못 받고 4중고(실형·추징·벌금·퇴직급여)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형량이 높아지기 시작한 건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에 따라 대법원이 2009년 7월 뇌물죄 양형기준을 상향조정하면서다.



 핵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적용 대상이 되는 뇌물액 3000만원부터 기본형량을 3년 이상으로 정해 재판부 재량권을 확 줄인 것이다. 또 5억원 이상은 9~12년으로 대폭 높였다. 뇌물액 1000만원 이상은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고 그 이하를 선고하더라도 판결문에 이유를 적어야 했다. 대법원 이현복 홍보심의관은 “새 양형기준이 시행되면서 재판부 재량으로 감경해 주는 사례가 줄었다”며 “2012년 뇌물죄 양형기준 준수율이 81.7%에 이를 만큼 양형기준이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뇌물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를 찾기 힘든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 황철증(52) 전 국장은 IT컨설팅업체 대표로부터 용역수주 청탁과 함께 347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1년 말 불구속 기소됐다. 이듬해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대웅)는 황 전 국장에게 징역 2년6월과 벌금 3500만원, 추징금 347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물어내야 할 금액이 커진 건 2008년 12월 형법상 범죄 수익에 대해 추징금과 별도로 벌금을 부과토록 한 조항이 특가법에 신설되면서다. 벌금은 수뢰액의 2~5배까지 부과할 수 있는데 벌금액의 2분의 1까지는 줄여주는 게 가능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는 지난달 10일 납품업체로부터 1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국수력원자력 송모(49) 부장에 대해 징역 15년과 벌금 35억원, 추징금 4억3050만원(6억원은 현금 몰수)을 선고했다. 자신이 받은 돈의 3.5배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4대 강 사업 과정에서 뇌물 5억2000만원을 받아 징역 9년이 선고된 이우석(60) 전 칠곡부군수도 4억9000만원의 추징금(3000만원은 현금 몰수)을 내고 별도로 수뢰액만큼의 벌금도 내야 한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예전에는 초범인 점, 공직에 오래 근무한 점 등을 들어 집행유예가 많이 내려졌으나 2009년 이후 패가망신하는 추세가 정립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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