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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프랑스에서 드러난 일본 극우 세력의 민낯

중앙일보 2014.02.05 02:30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유정
사회부문 기자
2일 프랑스 소도시 앙굴렘. 일본군 위안부 실상을 알리는 한국 만화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한 만화는 프랑스·영국·스페인 등 유럽 관람객 1만6000명에게 공감을 너머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한편으론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민낯’이 국제사회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계기가 됐다.



 일본 측은 조직적으로 전시회를 훼방 놨다. ‘위안부는 조작된 역사’라는 부스를 설치했다 조직위에 의해 강제 철거당했다. 조직위에 이를 제보한 사람은 프랑스 기자 로헨 멜리키안이었다.



 친일·혐한 언행을 일삼아온 미국인 토니 마라노가 자신의 사이트에 올린 10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당시 상황이 상세히 찍혀 있다. 마라노는 미국 글렌데일시의 위안부 소녀상을 모욕하고 소녀상 철거 청원을 한 전력이 있다. 동영상을 보면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의 아시아총괄인 니콜라 피네가 현수막을 뜯고 책자를 압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일본 측은 빈 부스에서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양측 간에 욕설이 오가는 등 승강이가 벌어졌다. “당신 혹시 한국 정부가 부른 사람 아니냐?”고 일본인들이 따지자 주최 측 책임자 피네는 황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경찰을 불렀다.



 일본 측의 전시회 방해는 행사 내내 이어졌다. 이들은 부스를 철거한 피네를 ‘일본 만화의 적(敵)’ ‘테러 용의자’로 규정했다. 피네의 ‘신상털기’까지 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유포했다. 네 컷 만화에선 피네를 송곳니가 날카로운 악마처럼 그린 뒤 “닥쳐, 내가 법이다”고 일본인들에게 욕설을 하는 인물로 묘사했다. ‘프랑스가 공권력을 동원해 일본 부스를 파괴한 뒤 한국에 잘 보이려고 한다’ ‘일본 기자회견은 막고 한국 기자회견만 허락한 자’라는 자막을 띄우기도 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태와 대조적으로 한국 조직위 측은 조용하게 대응했다. 일본의 행태를 비난하려던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일본 극우인사들을 자극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앙굴렘 조직위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희재 이사장은 “일본은 정부와 언론, 극우단체가 손을 잡고 압력 넣기에 골몰한 반면 오로지 전시만으로 승부를 걸자는 우리 전략이 더 잘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르몽드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는 이유로 최근 NHK 신임 회장의 망언을 예로 들었다. 리베라시옹 등도 위안부 문제를 자세히 소개했다. 한국 전시회를 훼방 놓으려던 일본의 의도와 달리 현지 분위기는 싸늘하게 돌아섰다. 사서 망신 당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이유정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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