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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육아휴직 대신 2년 반나절 근무, 문제는 돈

중앙일보 2014.02.05 00:55 종합 3면 지면보기
박근혜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정책이 고용률 70% 달성이다. 이를 위해선 여성의 고용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네덜란드는 1994년 52.6%이던 여성고용률이 99년 61.1%로 높아졌다. 이 기간 동안 전체 고용률은 63.9%에서 70.8%로 불었다. 독일도 2004년 59.2%이던 여성 고용률이 2008년 64.3%로 늘어나면서 65%이던 고용률이 70%대에 진입했다.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53.5%에 불과하다. 대체로 20대 때는 여성들이 고용시장에서 강력한 힘(고용률 68%)을 보여준다. 그러다 30대에 접어들면 일터에서 급속히 빠져나간다(고용률 56.7%). 이른바 경력단절 현상이다. 이를 바로잡아야 여성 고용률을 높일 수 있고, 전체 고용률도 끌어올리게 된다.


정부, 경력단절 여성 지원방안
남성 육아휴직 첫달 100% 급여
막대한 재원, 고용기금서 지급
재계 "정부가 노사에 부담 전가"

 정부가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4일 내놓은 이유다. 골자는 네 가지다. ▶임신·출산 때 고용 유지 ▶영·유아 보육과 초등생 돌봄 지원 ▶시간선택제 확대를 통한 재취업 알선 ▶유연한 근무체제를 구축해 여성 고용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은 많은데 비는 오지 않는)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동배(경영학) 인천대 교수는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려면 비정규직보호법과 같은 경직된 고용 관련 법을 먼저 정비하고, 기업이 여성 고용을 꺼리는 이유를 파악해 관련 규제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원금과 같은 돈 뿌리기 정책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육아휴직을 다녀온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연장하면 임금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겠다고 했다. 예컨대 근로계약기간 2년인 기간제 근로자가 1년 동안 근무한 뒤 1년간 육아휴직을 다녀온다고 치자. 그는 육아휴직을 쓴 뒤 1년을 더 근무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근로자의 계약기간을 연장해 계약기간 2년을 넘겨 계속 근무하게 하면 월 40만~60만원을 최대 1년간 지원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보호법에는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도록 하고 있다.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즉시 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광호 고용정책팀장은 “지원금 몇 십만원 받으려고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부담을 짊어질 기업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또 맞벌이 부부 가운데 여성에 이어 남성이 육아휴직을 가면 첫 달 급여의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근로자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43.5%다. 이들이 이 정책의 수혜 대상이다. 그런데 남성 육아휴직자 상당수가 중견기업 이상에 근무한다. 중소기업에선 인력난 때문에 육아휴직을 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이 대·중소기업 간의 근로조건 격차만 벌려 중소기업을 더 기피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내놨다. 오전 또는 오후에만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아이를 돌보도록 배려하겠다는 뜻이다. 육아용 근로시간 단축을 택하면 기간을 두 배로 연장해준다. 예컨대 육아휴직을 1년 다녀오는 대신 ‘육아휴직 6개월+근로시간 단축 6개월’을 선택하면 근로시간 단축 기간은 6개월 더 늘어 1년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 육아휴직을 쓰지 않고 근로시간만 줄이면 2년간 오전 또는 오후 근무만 하게 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소득이 줄 경우 정부가 보전해준다. 보전 규모는 통상임금의 60%다. 따라서 주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통상임금이 200만원인 근로자가 주 20시간으로 육아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면 근로자는 회사 임금 100만원에다 정부 보조금 60만원을 매달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이 돈은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계정에서 나온다. 고용보험기금은 회사와 근로자가 매달 총보수의 0.55%씩, 총 1.1%를 내 조성한다. 노사의 돈이다. H그룹 관계자는 “정부 발표를 보면 정부 예산은 한 푼도 쓰지 않는다”며 “사실상 정부가 노사에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도 크게 나빠질 전망이다. 2006년 2570억원의 흑자를 냈던 실업급여계정은 2009년 1조5356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2007년부터 매년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출 대비 적립해야 하는 기금은 1.5~2배로 법에 정해져 있다. 2012년 법정적립비율은 0.4배에 그쳤다. 언제 바닥을 드러낼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총 류기정 사회정책본부장은 2002~2012년 육아휴직과 같은 모성 보호 관련 지출액이 2조5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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