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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표 녹색등 … 단기외채·가계빚 많은 게 문제"

중앙일보 2014.02.05 00:52 종합 4면 지면보기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더 줄인 직후, 신흥국 통화의 운명은 확연히 엇갈렸다. Fed 테이퍼링에 대비해 정책금리를 올린 터키·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는 선방한 반면 금리를 올리지 않은 폴란드·헝가리 통화는 폭락했다. 폴란드·헝가리는 든든한 외환보유액과 양호한 국제수지 덕에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튼튼한 국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위기가 번지자 기초체력은 뒷전으로 밀렸다.


국제금융협회 콜린스 인터뷰

 한국은 어떨까. 거대 금융사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제금융협회(IIF) 평가는 냉정했다. “한국은 멕시코·필리핀·폴란드·칠레와 유사하다.” IIF 수석이코노미스트 찰스 콜린스(사진)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미국 재무부 차관보,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부 부국장을 지낸 금융위기 전문가다.



 -한국이 멕시코 등 4개국과 어떤 점에서 유사한가.



 “최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 상황과 물가를 감안한 환율 수준(실질 실효환율) 등을 따져 신흥국의 위험도를 평가한다. 한국과 멕시코 등 4개국은 그 위험도에서 유사한 범주에 속한다. 5개 나라 모두 거시 지표가 좋고 정치상황이 안정돼 있는 게 장점이다. 경제성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다만 제각기 다른 약점이 있다.”



 -한국의 약점은 무엇인가.



 “대부분 지표에서 한국은 ‘녹색등’이다. 그러나 단기 외채와 기업·가계부채가 너무 많은 게 문제다. 증가 속도가 줄었다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 비대하다.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리면 부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다른 약점은.



 “신흥국 가운데 한국은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이긴 하지만 반대로 위기가 본격화하면 금융·외환시장을 교란할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Fed의 테이퍼링 속도가 빨라지면 한국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 전망은 비관적인가.



 “그렇지는 않다. 한국 경제는 저금리와 활발한 수출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우리는 올해와 내년에도 한국이 예전처럼 3~4%대 경제성장을 할 것으로 본다. 다만 최근의 신흥국 위기엔 잘 대비할 필요가 있다.”



조현숙 기자



◆국제금융협회(IIF)=1980년대 세계금융위기를 계기로 설립된 대형 민간 금융사 중심의 연합 단체. 본부는 미국 워싱턴에 있다. JP모건체이스·골드먼삭스를 비롯한 70개국 450곳 대형 금융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2011년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 글로벌 금융회사를 대변해 그리스 부채 탕감 협상에 참여한 바 있다. 세계 투자자금의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일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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