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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 누구와 싸우겠다는 건가

중앙일보 2014.02.05 00:29 종합 29면 지면보기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 대리대사
일본의 우익은 지역 평화를 위협하는 큰 우환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등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온 세상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해 국제사회의 빈축을 샀다. 유감스러운 건 일본의 우익 집권세력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백방으로 교활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이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라거나 “한·중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할 뜻이 없다” 등의 말이 그렇다. 이런 궤변은 설득력이 없다. 잘못은 덮을수록 더 드러나며 지우려 할수록 더 검게 변한다.


- 1월 24일자 미치가미 히사시 일본 공사 반박에 대한 재반론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를 고수하는 것만이 다른 나라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깊은 울림을 준다. 일본은 오로지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로 나아갈 때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일본의 우익이 이런 진심 어린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고 계속 고집을 피운다면 이는 아시아와 세계는 물론 결국엔 자신조차 해치는 것이 된다.



 일본의 우익세력은 최근 음흉한 속셈을 가지고 그 창끝을 중국에 겨누고 있다. 아베가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현재의 중·일 관계를 과거 전쟁으로 치닫고 말았던 1차 대전 이전의 영국과 독일 관계에 비유한 것이 좋은 예다. 아베는 중국이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한 일본대사관 소속을 포함해 일본의 외교관들은 각국 언론에 글을 발표하고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온갖 억지 주장을 펴면서 한편으론 중국이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망령된 말을 쏟아내고 있다. 흑과 백을 뒤집으며 여론을 오도하는 행위는 고상하지 않다. 사람의 분노를 자아낸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는 공론에 부치면 된다. 중국은 과거 대외 침략과 팽창의 역사가 없으며 앞으로도 군비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군사정책은 투명하며 국방백서는 모두 공표된다. 반면 일본의 우익 집권세력은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교전권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를 수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일각에선 핵무장을 주장하기도 한다. 일본은 ‘정상국가’ 지위 회복을 말한다. 이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말하는 ‘정상국가’는 어떤 국가를 말하는가. 그렇다면 전후의 국제질서는 ‘비정상’이란 말인가. 또 교전권 회복을 희망하는데 누구와 싸우겠다는 것인가.



 일본의 우익 정치인은 중국 하얼빈시에 세워진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함부로 비난하면서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라 헐뜯고 있다. 일본의 한 언론사 책임자는 위안부 문제를 2차 대전 기간 세계 각국에 존재한 것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 지난달 말 일본 문부과학성은 중·고교 교과서의 학습지도요령해설서를 개정하며 근거도 없는 영토 주장을 펴 이웃 국가를 괴롭히고 있기도 하다. 역사, 특히 이웃 국가를 침략한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느냐는 개인의 신앙과 관련된 문제일 뿐 아니라 그 국가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아가 두 나라 사이의 문제이며 동시에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직결되는 근본적인 문제다. 전쟁의 참화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는 일본의 우익 집권세력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올해는 말의 해다. 우리는 일본의 우익세력이 벼랑 끝에서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게 되기를 바란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역사의 교훈을 깊이 되새기며 실제적인 행동으로 잘못을 바로잡아 이웃 나라와 국제사회의 믿음을 사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 대리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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