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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건축은 또 다른 자연이었다

중앙일보 2014.02.05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제주도 방주교회(2009). 물 위에 떠 있는 배처럼 보인다. 금속재질의 지붕은 제주도의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비춰준다.


“사람의 생명, 강인한 기운을 투영하지 않는 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는 건축은 태어날 수 없다.”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 회고전
한·일 오가며 경계인의 삶 70년
한국 전통미와 현대 건축의 만남
건축모형·드로잉 포함 500점 공개



 그에게 건축은 또 다른 자연이었다. 흙·돌·나무 등 날 것의 소재에 빛과 바람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간을 빚어내고 싶어했다. 사람들은 그를 물·바람·돌의 건축가라 불렀다.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庾東龍·1937~2011·사진) 이야기다. 그는 경계의 건축가이기도 했다. 일본의 시즈오카에서 어린 시절을 지냈고, 생애 말년이자 절정의 시기를 제주도에서 보냈다. 하지만 한국 건축사의 맥락에서 변방에 머물러 있던 그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그를 재조명한다.



 40년여 년에 걸친 이타미 준의 건축과 예술세계를 되돌아보는 대규모 건축전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이다. 지난해 미술관에 기증된 그의 모형과 드로잉, 유족 소장품 등을 모아 소개한다. 건축 뿐만 아니라 그가 디자인한 의자, 그림, 소장해온 미술품 등 500여 점이 공개된다.



  그에게 한국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탐구의 대상이었다. 1968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한국문화에 매료된 그는 민화와 자기, 가구 수집에 빠져들었다. 70~80년대 그는 한국의 곳곳을 답사하며 『이조 민화』(1975), 『조선의 건축과 문화』(1983), 『한국의 공간』(1985) 등의 책을 썼다. 이 저서들과 그가 수집한 고미술품(전시회 1부 ‘근원’)은 ‘한국적인 것’을 탐구한 이타미 준의 치열했던 자취를 보여준다.



포도호텔(2001·제주·사진 위).지붕 곡선이 제주 오름을 닮았다. 이타미 준이 그린 두손미술관(2007·제주·사진 아래).
  초·중기 작업을 조명한 2~4부 전시에서는 흙·돌·금속·유리·나무 등 재료의 특성을 탐색하며 건축의 본질을 파고들었던 여정을 엿볼 수 있다.



 ‘무거운 건축’은 그의 건축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이타미 준은 “현대 건축에 본질적인 무언가가 결여돼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체온과 건축의 야성미일 것”이라며 돌과 흙·나무 등 원시적인 재료를 작품에 적극 끌어들였다.



 그의 건축 여정에서 정점을 찍는 대표작들은 5부 ‘바람의 조형:제주 프로젝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도호텔’ ‘수·풍·석 미술관’ ‘방주교회’ 등은 하나의 자연이자 예술이 되는 건축을 꿈꿨던 그의 염원이 담긴 작품들이다.



 서울대 건축학과 전봉희 교수는 “오사카 국제공항이 자리한 지명에서 따온 이타미(伊丹), 젊은 시절에 의형제를 맺은 음악가 길옥윤(吉屋潤·1927~95)의 이름에서 딴 준(潤의 일본 발음)을 합해 만든 그의 예명에는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경계인의 숙명이 배어 있다. 건축과 예술, 상업주의와 작가주의,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서 항상 긴장을 유지한 게 그의 자유로운 지적 탐험을 가능케 한 에너지였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한국에서는 김수근 건축상, 일본에서는 무라노 도고 건축상을 받았음에도 건축 담론에서는 비껴 있었다. 이번 전시가 한국 건축계에 새로운 자극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7월 27일까지.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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